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의석만 다수黨’…임혁백 “우리당, 사회적 다수는 못 돼”

입력 | 2005-02-04 18:19:00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오른쪽)과 정세균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고려대 임혁백 교수의 기조발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임 교수의 신랄한 당 비판에 대해 일부 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한때 분위기가 썰렁해지기도 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다수가 됐지만 사회적 다수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국가시스템개혁분과위원장인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교수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국정 및 국회운영 방향’ 기조발제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강경파인 정청래(鄭淸來) 의원 등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 장내 분위기가 한때 어색해지기도 했다.

임 교수는 사회적 다수로서의 헤게모니를 획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도덕적 우월주의 △국민 설득이 없는 성급한 개혁 추진 △아군 대 적군의 이분법적 피아(彼我) 구분 △개혁 주체를 지나치게 좁은 아군의 영역으로 제한한 점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임 교수는 국민의 이념 분포 양상을 진보 20∼30%, 보수 30∼40%, 중도 30∼50%로 분석한 뒤 “지금은 진보의 이탈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중도세력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타협과 통합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노출한 전략상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타깃으로 삼는 ‘개혁 대상’이 서로 다른 네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다보니 각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을 오히려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개혁을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전략은 정부 여당에 안정적 지지기반이 형성되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의 적폐 청산을 목표로 한 개혁법안은 국민에게 미래지향적 희망을 주지 못해 호소력이 떨어진다”며 법안 처리 시기도 문제삼았다.

이어 임 교수는 야당과의 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적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책적 경쟁을 하더라도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에 집착하지 말고 한나라당과 공통분모를 찾거나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에 정 의원은 “쟁점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이 발목잡기식의 ‘땡깡 정치’를 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은 경제활성화 정책의 이득이 정부 여당에 갈 것으로 생각하며 반대하기 때문에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정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승조(梁承晁) 의원도 상생 정치가 안 되는 원인으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를 들었으나 임 교수는 “국민은 상생 정치가 안 되는 일차적 책임을 집권 여당에 묻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