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동북아시아의 물류허브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전 잠재력을 갖춘 항만도시다.’
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부산시에 대해 내린 평가다.
이 평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부산은 올해 도시와 시민 역량을 모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및 각료회의를 계기로 ‘부산을 바꾸자’는 도시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 세계 도시의 기반을 다져 나간다는 것.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10년 부산시민 1인당 소득은 현재 1만2000달러에서 2만 달러로, 지역 총생산은 42조 원에서 67조 원으로, 항만물동량은 컨테이너 1200만 개에서 2000만 개로 늘어난다.
▽APEC 정상 및 각료회의를 성공으로 이끈다=‘쿵쿵쿵.’ 6일 오전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 동백섬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3층 건물 철골구조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APEC 2차 정상회의장의 겉모양이 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17일 상량식을 갖고 9월이면 완공된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개항(開港) 이래 최대 국제행사인 APEC 회의.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APEC 정상 및 각료회의는 물론 세계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가하는 CEO 정상회의와 경제인자문회의 등도 잇달아 열려 부산에는 각국 관료와 기업인, 언론인 등 6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북적거린다.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APEC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보다 규모가 크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교역량의 비중이 57%와 46%에 이르는 최대 규모의 국제협력체다.
이런 만큼 개최 도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부산의 도시 브랜드 홍보와 경제적 파급 효과는 돈으로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부산시는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1차 정상회의가 열릴 전시컨벤션센터인 해운대 벡스코(BEXCO)에 141억 원을 들여 시설을 개보수하고 있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해 9월부터 각계 전문가로 APEC문화축전위원회를 구성해 경축 전야제와 특별기획공연, 일반문화 행사 등으로 나눠 분야별 준비에 바쁘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비로 충당해야 할 APEC 관련 사업비용이 8건에 647억 원이지만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것은 6건, 541억 원에 그쳐 부족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 재정에 있어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각국 정상이 묵을 숙소 확보를 위해서는 호텔마다 객실 개보수를 해야 하는데 비용부담을 이유로 호텔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의 비전 항만물류산업=6일 오후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3년 전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났던 모습과는 달리 대형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부산항은 연간 1200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세계 5위의 컨테이너항이자 국내 수산물동량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중추항이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부족해 다른 국제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항만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운센터를 2010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중구 중앙동 국제여객터미널이나 1, 2부두에 600여억 원을 들여 30층 정도로 지을 해운센터에는 해운, 항만관련 기관과 업체, 국제기구, 연구단체 등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전시컨벤션 및 숙박시설 등도 갖출 계획이다. 또 2010년까지 신항만 인근 약 4만 평에 6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선박용 유류공급기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정현돈(鄭炫暾) 부장은 “이 같은 항만 인프라가 갖춰지면 부산 신항만 30개 선석이 개장하는 2011년에는 부산항이 세계적 항만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허남식 부산시장 “산업단지 조성으로 中企에 숨통”▼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허남식(許南植·사진) 부산시장의 일과는 ‘부산을 바꾸자’는 구상에서부터 시작된다.
행정시스템에서부터 시민의식까지 바뀌어야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통해 ‘부산’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허 시장은 4일 인터뷰에서 “올해가 부산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허 시장은 “이를 위해 먼저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APEC를 준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장과 유엔기념공원 정비에서부터 교통, 숙박, 문화축전 등 10대 분야 82개 과제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새로운 도시 발전을 추구하는 것도 늦출 수 없는 문제다.
경제자유구역 1154만 평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올해는 신호산업단지 95만 평과 과학산업단지 61만 평을 완공한다. 2011년까지는 화전과 장안, 명지, 명동 등 4곳에 295만 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해 부족한 산업용지를 늘려 중소기업의 숨통도 터 줄 예정이다.
허 시장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항만물류, 기계부품소재, 관광컨벤션, 영상 및 정보기술(IT)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상장동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부산과 울산, 경남 3개 시도가 이미 만든 공동발전협의회를 통해 공동발전은 물론 경남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신항만 명칭이나 광역상수도 건설 문제 등을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허남식 부산시장 약력▼
△1949년 경남 의령 출생
△마산고, 고려대 심리학과 및 경성대 대학원(행정학 박사)
△제19회 행정고시 합격
△부산시 영도구청장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부산시 정무부시장
△부산시장(200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