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2005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그가 절묘한 슛 동작으로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주영아.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와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늘 한국에 도착한다고 들었다. 카타르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승한 데다 네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까지 했으니, 과거 같으면 범국가적 축하행사가 열릴 만큼 대단했을 것 같구나. 각 언론사의 취재 경쟁에 몸이 많이 피곤하지? 그러나 앞으로 지금보다 더 너를 힘들게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너의 지도교수로서 앞으로 네가 겪어야 할 일이 걱정스러워 몇 자 적어 본다.
카타르에서 네가 보여 준 선전에 많은 국민이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너의 기량이 특별히 부각된 것은 대회에 참가한 국가들의 축구 수준이 낮거나, 다른 청소년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축구를 향한 주영이 너만의 잠재력과 수행력이 돋보였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에 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박주영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사람들은 네가 유연한 몸놀림과 공간 활용 능력을 발휘하며 만들어 내는 골에 감탄한다. 그뿐만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 성실성, 우직함, 지능지수(IQ) 150, 그리고 인격까지도 대단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국가대표선수로 선발해야 할지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또한 국내 K리그, J리그뿐 아니라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 등으로의 진출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몸값도 60억∼70억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 보렴. 그게 너의 진정한 모습과 같은지.
우리나라 국민은 교육과 축구에 관해서는 다들 전문가라고 스스로 말한다. 하지만 교육과 축구 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방향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이비 전문가인 셈이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피상이며, 순간이며, 상품이다. 깊이, 멀리 인간을 보는 마음이 없다. 이 점을 명심해라. 네가 고등학교 때 10일간의 체력훈련이 지겨워 일기에 “누가 하늘 좀 찔러 주세요, 비가 오게요”라고 쓴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것은 인간은 없고 기계만 있고, 학생은 없고 선수만 있고, 교육은 없고 훈련만 있는 생활에서 나온 솔직한 마음을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그런 구조에 너를 구속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사람에게도 안식년이란 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년 동안의 브라질 축구 유학은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삼바음악의 자연스러운 리듬 축구를 경험했다는 것과 일상의 반복에서 탈출해 다른 공간에서 축구를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은 너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대학 1학년(freshman)이다. 1학년은 늘 신선하다. 국민이 너를 축구계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1학년으로 보았으면 한다. 보름만 지나면 이제 2학년(sophomore)이 된다. 소퍼모어의 원래 의미는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혹시나 그런 의미의 2학년이 될까 안타깝다. 지금은 내실과 안식이 필요한 시기다.
유태호 고려대 교수·체육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