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무총장에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인 오정희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내정됐다. 이번 인선에 대한 논란은 7급 출신으로서 고속승진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노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학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인사 대상자에게 능력만 있다면 특정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이 거꾸로 인사의 결격사유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산상고 출신이 청와대와 공직사회 고위직을 차지하는 일이 늘고 있어 ‘동문(同門)인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개혁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인사가 정실에 흐르지 않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추천부서(인사수석실)와 검증부서(민정수석실)를 분리하고 최종결정도 인사위원회를 통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부산상고 출신의 요직 기용이 유난히 많은 것은 참여정부 스스로 배제하겠다고 다짐했던 정실인사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학벌차별 철폐를 추구해온 정부가 학연(學緣)을 중시하고, 청산해야할 구습(舊習)으로 비판해온 지연(地緣)까지 챙기는 모양새여서 보기에 좋지 않다. 더구나 오 내정자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검증 때는 물론 지난 2년간 대통령 측근비리가 터졌을 때도 은폐, 왜곡, 부실조사 등의 의혹을 받았던 민정수석실 소속이 아니던가.
투명한 정부 인사는 민간기업의 경영투명성 이상으로 중시돼야 할 부분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봉직하는 공직자는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이를 외면한 정실인사는 개혁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코드인사’로 비판받았던 정부가 ‘동문인사’를 계속하면서 개혁을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