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뤄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된 영화 ‘제니,주노’. 사진제공 래핑보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화 ‘제니, 주노’의 뚜껑이 열렸다. ‘어린 신부’를 연출한 김호준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제니, 주노’가 1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15세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룬 이 영화는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상 관람 가’ 등급을 받은 뒤 재심 청구 끝에 ‘15세 이상 관람 가’를 받음으로써 영화적 표현의 윤리와 자유를 둘러싼 논쟁거리가 됐다. 지난달 17일 문을 연 이 영화 인터넷 홈페이지(www.jj2005.com)는 10일 현재 방문자가 97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의 소재를 둘러싸고 비난과 옹호하는 글 9000여 건이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니, 주노’ 자체는 이런 시끌벅적한 소동이 무색할 만큼 차분하고 심지어 심심하다.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아슬아슬한 소재를 최대한 “예쁘게”(제작사 표현) 다룬 이 영화는 주인공인 제니와 주노의 성행위는커녕 이를 암시하는 듯한 어떤 장면도 담고 있지 않다. 멀뚱멀뚱 천장만 쳐다보는 (옷 입은) 두 아이의 얼굴을 보여줄 뿐.
그러나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제작사의 주장대로 ‘제니, 주노’의 목적이 “임신의 위험성을 청소년에게 깨닫게 하기 위해서”가 물론 아니다. 정확히 중고교생 관객을 타깃으로 삼는 이 영화는 선정적인 장면이 아니더라도 목적하는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건드리는 건 바로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중고교생들의 판타지다.
영화는 철저히 중고교생의 심정과 수준으로 내려와 그들이 꿈꾸는 이야기를 대신 해준다. 주노는 우유값을 미리 마련한다며 즐겁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니는 주노가 부르는 자장가가 흘러나오는 수화기를 자신의 배에 갖다대고 ‘태교’를 만끽한다.
임신 사실에 화들짝 놀라는 부모에게 “어른들 맘대로 할 거면 저희는 저희 맘대로 할 거예요. 저흰 공부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예요” 하고 당당히 맞서는 제니와 주노의 모습엔 뜬금없게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이 겹쳐진다. 여기에 제니는 ‘전교 5등’을 하는 여자 반장이고 주노는 잘 나가는 게이머(gamer)라는 설정을 더해 중학생 임신이 비단 ‘노는 애들’만의 얘기가 아님을 내비친다.
이런 모든 행위가 ‘떳떳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생명의 소중함’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낙태하지 말자는데 그 누가 반대할 것인가.
제니와 주노는 ‘올챙이 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고, 무슨 소꿉놀이처럼 ‘예쁘게’ 출산한다. 제작사는 이를 ‘아기수호 감동 프로젝트’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이런 철없는 제니와 주노는 또 누가 책임지고 ‘수호’해줄 것인가. 18일 개봉.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