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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플루토늄탄 3개이상 보유 추정

입력 | 2005-02-10 23:21:00


북한이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전격 발표한 핵무기 제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군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그동안 간접화법으로 ‘핵무기 보유설’을 흘리던 북한이 이날 핵무기 보유를 공개 천명한 만큼 ‘위험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플루토늄탄 최소 3개 보유”=지금까지 정부는 북한이 자체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1, 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해 왔다. 1992년 5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기 전 흑연감속로에서 추출한 무기급 플루토늄(순도 98%) 10∼14kg으로 1, 2개의 핵무기(플루토늄탄)를 제조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북한이 1990년대 초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1, 2개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발간된 국방백서도 북한이 IAEA 사찰 이전에 추출한 10∼14kg의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1, 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002년 10월 핵동결을 해제한 뒤 2003년 10월 8000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완료했다고 공언했다.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면 추가로 24∼32kg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이를 모두 플루토늄탄으로 제조했다면 북한이 추가로 핵무기 4, 5개를 보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3∼5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와 함께 북한이 파키스탄에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면서 확보한 우라늄 원심분리 농축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002년 10월 당시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 증언을 통해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다량 보유했고, 이를 이용해 우라늄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1980년대부터 플루토늄탄 개발에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자한 북한이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이 용이한 우라늄탄의 최종 제조과정까지 근접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제외하곤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정교한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없어 북한이 핵무기용 농축우라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핵무기 관련 장치 개발 수준=핵무기 개발을 위해선 고폭장치와 핵탄두의 소형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1983년부터 70여 차례의 고폭실험과 함께 1993∼98년 수차례에 걸쳐 핵실험의 전 단계인 완제품 고폭장치 실험까지 마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1993년 이후 고폭장치에 들어가는 부품과 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다소 진전이 있었더라도 완전한 고폭장치의 개발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했더라도 그 수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수준으로 핵탄두의 무게가 적어도 2t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의 탑재중량이 1t 미만이어서 북한이 미사일을 활용한 본격적인 핵공격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