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일본 강경파의 목소리 강화=일본 국회는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를 열어 북한 문제에 대해 집중 심의를 벌이기로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북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압력'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대북 경제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경제제재를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건은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민주당 간사장도 "북한의 발표는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가세했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대북제재 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거액을 들여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려는 방위청의 군비확장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9일 열린 북한과 일본의 월드컵축구 최종예선 경기를 계기로 혐북(嫌北) 감정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비난 목소리 높인 러시아=북한의 주요 후원국인 러시아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10일 "북한 지도부가 진정으로 6자회담에서 탈퇴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난했다.
일간지 로시스카야가제타 등 언론들도 "북한의 과격한 행동이 한반도 사태의 조기 해결 희망을 완전히 지워버렸다"며 북한의 핵 보유가 한국 일본 대만의 핵무장으로 연결되는 '핵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반응에는 북한에 대한 배신감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북한 지도부와 '핫라인'을 유지하며 북한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으나 이번 사태로 이 같은 판단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반응=영국을 방문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것이 북한의 마지막 입장이 아니기를 희망 한다"며 "주변국이 노력하면 북한이 다시 회담 테이블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 한다"며 6자 회담 당사국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성명을 내고 "북한은 결정을 재고하고 협상으로 복귀하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비난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정부는 북한이 협상 장으로 되돌아와 핵무기 비확산 체제(NPT)의 의무사항을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