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지원하는 학생 수가 해마다 줄다 보니 대학들은 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 홍보의 한 방편으로 유명 연예인을 신입생으로 유치하거나 내세우는 대학들이 꽤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바쁜 연예인을 모셔다(?) 놓고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외부 연예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가 꽤 있다는 얘기를 듣노라면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인턴 제도를 활용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업에 출석하지도 않은 연예인에게 학교 홍보 차원에서 학점을 주는 행위는 대학이 교육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약 3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다 줬다는 한 한류스타에 대해 소속 대학이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한국의 위상을 알린 공로를 인정해 학칙을 바꿔서까지 제적을 면케 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 중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한류스타로서의 그의 공로는 당연히 인정되고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배우는 배우로서 인정받는 것이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란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 프로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스타들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프로농구에 뛰어들었다. 그 선수의 대중적 인기나 경제적 기여, 그리고 이에 따른 홍보 효과에 상관없이 대학은 대학으로서의 규정과 원칙을 지켜 졸업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사회에서 떳떳하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과 인성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교육의 본령이다. 본인이 원해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프로로 가는 스타에게 대학이 졸업장을 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에 대해 학교의 이익과 홍보를 위해 특혜를 준다는 것은 진정한 교육의 길이 아니다.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무게중심이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들 말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대중스타를 유치해 대학의 가치를 올려 보려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요, 결국은 더 경쟁력 없는 대학을 만드는 일이다.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대학마다 특성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중스타를 내세우는 것은 특성화도 아니요, 경쟁력을 올리는 길도 아니다.
유행과 인기를 좇는 스타 홍보가 아니라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할 때만 성공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연예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학교를 홍보하는 것은 그 연예인이나 학교,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해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출석 미달이나 시험성적 미달일 경우 학칙에 따라 당당하게 조치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자존심과 원칙을 견지할 때에만 건전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지헌 서울예대 교수·방송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