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지지율 1위를 지켜온 고건(高建·사진) 전 국무총리의 ‘새해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퇴임 후 ‘강태공’을 자처하며 정치 활동을 자제해온 고 전 총리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과 아시아센터 공동 초청으로 다음달 14∼16일 미국을 방문한다.
고 전 총리는 하버드대가 마련하는 ‘세계 주요 정치지도자 초청 포럼’에 참석해 ‘한미관계의 미래와 북한 현황’을 주제로 강연한 뒤 참석자들과 일문일답도 나눌 예정. 고 전 총리는 1983년 하버드대에서 연수를 한 인연이 있다. 하버드대 초청 연설은 관례상 주로 국가원수급 인사들만 해왔다.
고 전 총리의 하버드대 연설이 주목받는 것은 퇴임 후 국내외의 정치 현안에 대한 첫 공식 언급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국가 지도자로서 정치 현안에 대해 할 얘기를 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권 도전 여부 등에 대한 민감한 질문이 나올 경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에 대해 지인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최근 사석에서 “미국 일각의 북한 정권 교체 주장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으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 공개 선언 등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발언 내용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에는 고 전 총리의 아호를 딴 ‘고건 사랑 우민회’ 등 각종 지지 모임이 확산되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홈페이지를 열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버드대 연설을 계기로 서서히 정치활동의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