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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美, 北에 시간과 기회 줬다

입력 | 2005-02-15 18:06:00


한미 외무장관이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6자회담 참여 거부에도 불구하고 북핵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2003년 8월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유지돼 온 6자회담을 앞장서 깨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과 북한이 마주 보고 돌진하는 불상사는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6자회담을 살리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도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크리스토퍼 힐 주한대사를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임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말에는 일본 외상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한미의 외교적 노력은 중국을 매개로 한 북한 설득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한미 외무장관 회동으로 관련국들이 신중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북한에도 6자회담 거부란 무모한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북한은 특히 미국이 보인 복합적 대응을 유념해야 한다. 한미 외무장관이 만난 날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동시에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의 화폐 위조, 대량살상무기 확산, 마약 거래 등 불법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말 속에는 북한이 계속 무리수를 둘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숨어 있다. 라이스 장관도 6자회담 붕괴 불용(不容), 한반도 비핵화 원칙 준수, (핵물질 등의) 확산위험 경계를 대북(對北) 외교 원칙으로 제시했다. 북핵 불용만 외치는 한국 정부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북한의 대응에 따라 미국이 대화와 압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로 서서히 다가서는 분위기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으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 북한은 6자회담이 핵 포기의 전제조건과 반대급부를 논의하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