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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왁스의 슬픈 눈에 빠져봅시다

입력 | 2005-02-15 18:17:00


이달 초 발매된 가수 왁스(29·본명 조혜리)의 5집 앨범 타이틀곡 ‘욕하지 마요’는 2집 ‘화장을 고치고’와 3집 ‘부탁해요’를 잇는 ‘왁스스러운’ 발라드다. 가사도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성의 절절한 마음을 담았다.

‘욕하지 마요/듣기 싫어요/그 사람은 날 정말 사랑했었어/내가 잘못해 떠난 거에요/그를 너무 사랑해 사랑해서/너무 귀찮게 해서 떠났죠’

이번 앨범에도 1집 ‘오빠’와 2집 ‘머니’를 연상케 하는 강한 비트의 댄스곡 ‘베개’와 ‘결혼’이 버티고 있어 발라드와 댄스의 2라인 체제를 갖추었다.

이전 앨범과 너무 닮았다고 물었다. “그게 나만의 독특한 색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왁스만의 독특한 색깔이 뭘까.

“기교를 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보컬이 저만의 색깔이죠. 보컬이 안정되고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이젠 어떤 노래를 불러도 왁스표 발라드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왁스의 노래에는 흔한 리듬 앤 블루스의 ‘꺽기’나 발라드의 속삭임 창법이 없다. 내지르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뻗는 창법이 편안하고 시원하다. 쉽게 들려도,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려면 막상 어려운 노래들이다.

12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는 왁스 보컬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악기 편성을 자제했다. 발라드에 유행처럼 쓰는 스트링 반주도 넣지 않았다. 왁스의 노래가 주연임을 더욱 분명히 했다.

첫 트랙 ‘일주일’ 역시 연인과 헤어진 여성의 노래. 연인이 떠난 뒤 일주일은 괜찮았는데 갈수록 힘이 든다는 내용이다. ‘욕하지 마요’는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이고, ‘일주일’은 30대 이상을 겨냥한 노래다. 이와 함께 ‘목욕’ ‘선물가게’ 등 이별한 여성의 심리를 들여다본 최준영의 가사에 대해 왁스는 “모두 내 이야기 같아 놀랍다”고 털어놨다.

기타 반주의 록 스타일 곡 ‘굿 바이’, 일렉트로니카 분위기의 ‘죄와 벌’, 라운지 음악 느낌의 ‘웰컴 어 데이’도 왁스의 새로운 시도다.

앨범 프로듀서 최준영은 “가수들이 통상 노래를 거창하게 꾸미려는 성향을 보이지만 왁스는 듣기 편하게 부른다”며 “보편적인 스타일이지만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창법이 그를 대중에게 스며들 수 있는 가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왁스가 2000년 솔로 데뷔 이후 발매한 4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베스트 앨범은 모두 200만장 넘게 팔렸다. 2000년대 들어 이만한 판매를 기록한 여가수는 이수영과 왁스 뿐이다. 이번 앨범도 이미 주문량이 10만장에 이른다고 소속사 제이엔터컴 관계자는 밝혔다.

왁스는 뮤지컬 배우도 꿈꾸고 있다.

“팬들이 돌아보면 옆에 있고, 필요하면 항상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내 노래가 대중의 일상으로 자리잡았으면 해요.”

왁스는 3월4∼14일 8회에 걸쳐 5집 발매 기념 콘서트 ‘왁스 人 소극장’을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갖는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 6만원 02-543-5567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