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고 있는 조르디 사발. 그는 베토벤에서부터 르네상스 이전 음악과 인도음악까지를 두루 다루는 ‘음악사의 탐험가’로 불린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고전음악의 시간적 경계를 르네상스 시기와 그 너머까지 확장해온 ‘음악사의 파이어니어’ 조르디 사발(64). 1991년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을 맡아 대중에게도 친숙해진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악단인 ‘에스페리옹 21(Hesperion XXI)’과 함께 서울을 찾아온다. 2003년 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를 들고 내한 독주회를 가졌던 그는 3월 19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 17세기 음악가 마렝 마레와 비발디의 곡 이외에 인도 전통 음악인 ‘나스타란’, 터키 지역에 살았던 유대인들 사이에 구전된 연가 ‘여인과 목동’ 등을 선보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그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여러 문화권 반목하는 세태에 의미있는 공연”
―지금까지 르네상스 음악부터 베토벤 교향곡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뤄 오셨는데, 이번 연주곡에는 인도와 아랍 음악도 들어있군요. 어떻게 이토록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다룰 수 있죠?
“제 모국인 스페인은 유럽에서 매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16세기까지도 아랍문화와 기독교문화가 섞여 있었죠. 스페인의 음악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과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공통의 뿌리’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오늘날처럼 여러 문화권이 서로 반목하는 세태에서 이 작업은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조르디 사발(왼쪽)과 그의 악단 ‘에스페리옹 21’.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무대에선 아들과 딸과 나는 음악 동료”
―이번에 내한하는 ‘에스페리옹 21’에는 가족 멤버가 많군요. (노래를 맡은 몽세라 피구에라스는 그의 아내, 현악기인 티오르바를 연주하는 페란은 아들, 노래와 하프를 맡은 아드리아나는 딸이다) 가족과 함께 연주하는 느낌이 각별할 듯합니다.
“(웃음) 무대 위에서 아들, 딸과 나는 동등한 음악적 동료입니다. 가족과 연주하는 것만큼의 강렬하고 깊은 교감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는 솔직히 힘들지요. 우리 가족의 깊은 예술적 교감이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해지길 바랍니다.”
♪“영화 음악하면서 음악인생 바뀌어”
―한국에서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으로 당신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흥행에서도 성공한 이 영화가 당신의 음악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는지요?
“그 영화는 음악에 대한 나의 접근방식을 바꾸어놨어요.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는 특별한 상황에 음악을 맞추다 보니 나 자신이 주인공인 17세기 음악가 마렝 마레의 감정 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결과 한층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죠.”
♪내달 19일 서울공연… 24일까지 지방공연
사발과 ‘에스페리옹 21’의 내한공연은 서울에 이어 3월 20일 오후 7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3월 23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으로 이어진다. 3월 22일 오후 8시 울산 현대예술관, 3월 24일 오후 7시반 서울 영산아트홀에서는 사발의 비올라 다 감바 독주회가 열린다. 3월 19일 공연은 3만∼9만원. 02-2005-0114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