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지난해 말부터 지역별로 개인, 가족, 단체, 기업이 특정 문화재와 자매결연해 문화재를 보호하고 널리 알리도록 하는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럼 우리 문화재 중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국보(國寶)는 전국에 얼마나 분포돼 있을까. 우리나라의 국보는 현재 307호(405건)까지 있다. 광역자치단체별 보유 숫자를 보면 서울이 15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 다음으로 경북(86건), 경남(38건) 순이다. 5대 광역시를 보면 부산(4건), 대구(3건), 광주(2건), 울산(2건)이고 대전은 1건도 없다. 9개 도 중 제주도는 유일하게 국보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별 국보 보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초까지 국보 최대 보유지역은 서울 종로구(71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는 서울 용산구(82건)가 1위에 올라섰다. 국보 57건을 소유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이 이뤄지고, 삼성미술관 리움이 용산구 한남동에 개장하면서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소장 48건의 국보 중 절반인 24건이 옮겨왔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그전까지 1건의 국보만 있었으나 지금은 무려 82건에 이른다.
2위는 신라 1000년의 고도(古都) 경북 경주시(60건)가, 3위는 팔만대장경과 28건의 고려각판을 소장한 해인사가 위치한 경남 합천군(31건)이 각각 차지했다. 4위는 여전히 24건의 국보를 보유한 호암미술관이 위치한 용인시(26건), 5위는 규장각 문서를 소장한 서울대(12건)와 호림박물관(8건)이 위치한 서울 관악구(21건)다. 6위는 백제 무령왕릉의 발굴품을 대거 보유한 공주박물관이 자리 잡은 충남 공주시(19건), 7위는 간송미술관(12건)이 위치한 서울 성북구(16건)다. 부동의 1위였던 서울 종로구는 9위(14건)로 떨어졌다.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겠지만 국보의 집중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리움의 개장과 함께 서울의 국보 보유 숫자는 136건에서 159건으로 늘었고, 용산구에는 서울 국보의 절반 이상, 전체 국보의 4분의 1가량이 모여 있다.
국보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데다 아무래도 박물관 중심으로 수집되다 보니 집중화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집중화현상의 이면에는 지역별 문화재 관리소홀 문제도 제기된다. 정양모 문화재위원장은 “전북 김제의 금산사 미륵전이나 전남 화순의 쌍봉사 대웅전 등 귀중한 국보가 화재로 소실되기도 했다”면서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은 이처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재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