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필요한 시대다. 재취업에 성공한 주부들도 업무능력을 키우고 인맥을 쌓으면서 자신의 경력을 다져나가야 한다. 사진 제공 잡링크
《주부 김현주 씨(37)는 세무사 사무소에서 3년째 회계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서 일반사무직으로 몇 년 근무했지만 결혼 뒤에는 육아 때문에 5년 이상을 전업주부로 지냈다. 김 씨가 재취업을 결심한 것은 2002년.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전산세무회계 과정을 수료한 뒤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후에도 한국세무사회와 노동부에서 수시로 실시하는 세무회계 관련 교육과정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 또 퇴근 후에도 집안일을 정리하고 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인터넷 강좌를 부지런히 듣는다. 주부들이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오래 일을 하기 힘든 시대다. 취업 후 경력 관리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가사-일’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마라
전업주부였던 여성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예전보다 가사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 아내나 어머니가 예전만큼 집에 신경을 안 쓴다고 서운해하면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주부들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에게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사도 혼자 다 해내려 애쓰기보다는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집안일과 회사 일을 분리해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잘하려다보면 직장에서는 가정일을, 가정에서는 직장일을 걱정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러나 사회는 냉정하다. 사생활 때문에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기업은 없다. 회사 책상에 앉아서까지 걱정되는 집안일이 있다면 차라리 휴가를 내 처리하는 것이 좋다.
○가정-일-나이따른 경력플랜 세워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노년까지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을 찾는 주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직은 경력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고,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장요리사나 웨딩플래너 같은 프리랜서의 경우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자기를 관리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좌절하기 쉽다.
취업정보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의 한현숙 사장은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일, 가정, 나이 등에 따른 스스로의 인생 계획과 경력 플랜을 짜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2년 후나 5년 단위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현재 위치의 나와 비교해 계속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라는 것.
○인맥이 재산… 나만의 정보원 만들라
다양한 인간관계만큼 큰 자산은 없다.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면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부라는 특성을 살려 주위사람들을 알뜰살뜰하게 챙겨주는 것도 신뢰감을 높이고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유용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나만의 정보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내심 갖고 업무 해결능력 키워라
업무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것만큼 당당한 성공 전략법은 없다. 이 중에서도 ‘문제해결 능력’이 강조되고 있는데 상당수 여성은 문제가 발생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자칫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또 주부들은 대부분이 3, 4년 경력 공백이 있기 때문에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입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혼 전 직위나 근무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직장을 잡아서 경력을 쌓은 뒤 전직을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자신보다 경력도 적고 나이도 어린 사람을 상사나 선배로 모셔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이 나더라도 우선은 따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만들어보라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도 6개월은 버텨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얼마나 잘 상대방에게 전달하는가 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회의 때에도 자리도 가능하면 끝자리나 구석진 곳보다는 가운데 앉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주부티 내지말고 직장에 충실▼
현재 국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48% 수준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2008년까지 53.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이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주부들의 직장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고 경력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우선 직장 일을 최우선으로 대해야 한다. “시댁에 일이 있어서”, “우리 아이 학교 때문에” 등 온갖 집안일을 핑계로 근무를 소홀히 하면 직장에서 싫어할 수밖에 없다. 굳이 “나는 결혼했어요”라고 광고해서 동료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 주말 등반 모임이 있을 때도 아이를 데리고 참여하면 된다. 직장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비치는 게 중요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도 명심하자. 재취업해 출근하면 연하의 상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어린 상사가 아니라 그 직장의 선배이다. 업무 지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라.
또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지 않으면 동료들과의 대화 흐름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문이나 관련 서적 등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직장 동료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자.
자격증 취득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직업전문 교육기관에는 출석만 잘하면 수강료의 80%를 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퇴근 후 주 2, 3회 자신의 능력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남성에게 뒤지기 쉬운 전문 지식을 획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빼놓을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참기 어려운 시련이 많다. 주부들은 남편의 소득이 있는 만큼 절박감이 덜해 웬만한 시련에도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은 ‘맞벌이’가 아닌 ‘자아실현’이다. ‘이번에 그만두면 경력은 여기서 끝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참기 힘든 고비를 세 번만 넘기면 10년 후엔 간부가, 20년 후에는 임원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김연진 서울동작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