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금호아트홀(www.kumhoarthall.com).
앳된 얼굴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긴장된 표정으로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이재은 양(서울 남성초등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이 양은 앳된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원숙한 연주로 비탈리의 ‘샤콘 g단조’를 선보였다. 연주는 마지막 곡인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 바이젠’까지 70분 동안 계속됐다. 갈채를 보내는 관객 속에는 엄마 하나에 어린이 하나 둘 씩의 가족 관객이 많았다.
연주자 대기실에서 만난 이 양은 “큰 실수 없이 연주가 잘 돼 홀가분하다”며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날 이 양의 연주는 금호문화재단이 1998년부터 거의 매주 개최해오고 있는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의 올해 여섯 번째 무대. ‘금호 영재콘서트’는 만 14세 미만의 기악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3월, 9월 두 차례 오디션을 치러 40명 정도를 선발한 다음 이들에게 무대 체험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시리즈 콘서트다. 경쟁률은 평균 5대 1 정도.
금호문화재단 정혜자 부사장은 “콩쿠르 심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60분 이상의 콘서트를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강단’, 그리고 레퍼토리가 풍부한지까지 체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연주자들이다 보니 처음에는 입장과 퇴장이 어설픈 탓에 넘어져 울기도 하고, 너무 화려한 의상과 화장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콘서트 출연 영재들을 대상으로 ‘영 뮤지션 매너스쿨’도 열고 있다.
이 콘서트는 장기적으로 금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음악가들의 발굴무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제1회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양(19)은 1998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한 바 있다. 손 양은 “무대에 대한 직접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훗날 국제콩쿠르를 준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날 아홉 살짜리 딸과 함께 연주회를 찾은 주부 오영희 씨(37)는 “음악을 전공하려는 아이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아 매주 연주회를 보고 있다”며 “좋은 연주를 본 날이면 아이의 바이올린 연습 자세부터 달라진다”며 웃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