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에서 열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어울리던 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팬클럽 22개가 조직 통합 및 당원 가입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정치세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팬클럽의 회원은 모두 7만 명에 이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근혜사랑, 희망21, 사랑혜, 근혜사랑방송, 참박사모 등 18개 팬클럽 대표 40여 명은 5일 서울 대학로에서 첫 모임을 갖고 ‘범 박근혜 가족 대표자회의’를 구성했다. 이어 19일엔 22개 팬클럽 대표들이 모두 모여 구체적인 조직 통합 방안과 함께 박 대표를 돕기 위한 행동 방침을 논의,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의 결집은 박 대표에 대한 정부 여당의 과거사 공세에 이어 이달 초 당 연찬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박 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자원봉사를 통한 박 대표의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하는 팬클럽 ‘사랑혜’의 홍영인 대표는 16일 “서로 대표성과 원조 논란을 빚는 등 구심점이 없던 팬클럽들이 연찬회 직후 긴급 모임을 갖고 위기에 처한 박 대표를 구하기 위해 뭉치기로 합의했다”며 “박 대표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회원들이 당으로 들어가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다음 전당대회인 내년 6월까지는 회원들이 투표권이 있는 진성당원 자격을 갖추고 당내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팬클럽은 당초 19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박 대표 지지 및 비판세력 규탄대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박 대표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자 모임으로 행사를 변경했다.
이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해 대의원 선출 등 당내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차기 대선 후보군들의 세 확장 경쟁을 조기에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대표와 경쟁관계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