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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色이다]순결하면서도 에로틱한 분홍의 유혹

입력 | 2005-02-17 15:37:00


아리따운 20대 여성 사업가가 출연하는 TV 대담 프로그램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미혼의 그 여성은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말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분홍은 예전에는 강요받은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색이었지만 이제는 여성들 스스로 여성성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표시하는 색이 됐다. 풍부한 감성과 부드러운 여성성이 각광 받는 시대에 여성스러운 분홍을 좋아하는 취향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빨강과 하양의 전혀 다른 이미지가 결합된 분홍은 우아하면서도 귀엽다. 남성의 관점에서는 여성의 색이면서, 여성 자신에게는 사랑스러운 삶과 환상을 추구하는 색이다.

분홍이 여성의 색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였다. 붉은색이던 군복이 인디고블루로 바뀌면서 푸른색이 남성의 색이 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붉은색은 불과 남성을, 푸른색은 물과 여성을 상징했었다.

분홍을 활용한 패션은 귀여운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분홍 옷을 입고 분홍 립스틱으로 화장한 여성이 어려운 부탁을 해 온다면 선뜻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근무복으로 분홍 패션이 자신 없는 여성은 액세서리로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분홍 공간은 편안하고 안정된 정서를 유도한다. 따뜻함과 애정을 발산하기 때문에 학교 공간에 적용하면 학생들의 공격성을 완화시켜 일탈 행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분홍에서는 부정적인 인상을 좀체 찾기 어렵다. 달고 부드러운 맛을 연상시키기에 아이스크림 가게의 색으로도 적합하다.

하양에 가까운 분홍은 봄꽃처럼 연약하고 사랑스러우며 순결해 보인다. 반면 마젠타를 거쳐 자주색에 가까워지거나 분홍이 보라나 검정과 배색될 때는 에로틱한 유혹의 감정까지 유발한다.

프로이트는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 에로스가 깔려 있고, 에로틱한 공간은 본능의 가시적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홍조 띤 피부색인 분홍은 관능적이고 미묘하며 감상적이다. 그래서 신혼부부가 단꿈을 꾸는 공간은 분홍으로 연출한다.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