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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女(계집 녀)

입력 | 2005-02-17 17:20:00


女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점잖게 앉은 여인의 모습이다. 한자에서 女의 상징은 시대를 따라 변해왔다.

처음에는 인류의 기원이자 무한한 생산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모습인 后(임금 후)는 아이를 낳는 여인이 최고임을, 여성이 무기(戌·술)를 든 모습인 威(위엄 위)는 마을의 우두머리가 여성임을 보여준다. 여자가 낳았다(生)는 뜻의 姓(성 성)은 혈통이 모계중심으로 이어졌음을, 始(처음 시)는 인류의 시작이 여자임을 말해 준다. 또 好(좋을 호) 역시 아이(子·자)를 생산하는 여자에 대한 선호를 표현했다.

이는 女에다 유방을 뜻하는 두 점을 찍어 만든 母(어미 모), 비녀를 꽂은 어미(母)를 그린 每(매양 매) 등 어미를 아이를 양육하고 문화를 전승하고 창조해 가는 주체로 인식했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위대한 존재, 여인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女가 들어간 姸(고울 연), 妖(아리따울 요), 媚(아름다울 미), 교(예쁠 교) 등은 모두 여인을 통해 ‘아름다움’을 그린 글자들이다.

하지만 이후 인류사회가 부권중심으로 옮아가면서 여자는 나약하고 조용한, 힘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예컨대 명령(口·구)대로 따르는 여성이라는 의미의 如(같을 여), 이삭을 늘어뜨린 벼(禾·화)와 순한 여성의 의미를 합친 委(맡길 위) 등은 이의 반영이다. 하지만 모권사회에서 여성은 생산 활동의 대부분을 책임질 만큼 강인하고 활동적인 존재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의 약자로 지위가 변하면서 여성은 간사하고 투기 잘하는 비천한 존재로 그려진다. 姦(간사할 간), 奸(범할 간) 등은 여성을 간사한 존재로, 嫉(시기할 질), 妬(시샘할 투), (남,람)(탐할 람) 등은 투기를 일삼는 존재로, 婢(여자 종 비), 妓(기생 기)는 비천한 사회적 지위를 반영한다. 심지어 원래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媚·妖·교 등까지도 ‘아첨하다’나 ‘요염하다’나 ‘음란하다’는 뜻으로 변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