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2003년 8월 개최)를 앞두고 서울의 광고기획사 대표가 옥외광고물 사업권을 따기 위해 전·현직 국회의원과 관계, 체육계의 고위 인사 등 5명에게 4억여 원의 로비자금을 뿌린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 우병우·禹柄宇)는 광고기획사인 J사 대표 박모 씨(57·구속)에게서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대구U대회 집행위원을 지낸 관계 및 체육계 고위 인사 등 관련자를 다음주부터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대구U대회를 앞두고 옥외광고물 설치 사업을 따내기 위해 2003년 초 대구광고물제작협동조합 이사장인 이모 씨(48·구속)에게 8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
검찰은 또 박 씨가 대회집행위원인 전 국회의원 K 씨와 대회집행위원이자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인 P 씨, 대구시의원이자 대회집행위원인 L 씨에게 각각 수천만∼1억 원의 로비자금을 건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회의원 K 씨는 1억 원, 대회집행위원인 P 씨는 5000만 원, 시의원이자 대회집행위원인 L 씨는 2000만 원, 대구U대회 사무처 간부이자 현직 고위 공무원인 L 씨는 1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J 사는 2003년 5월 대구U대회 조직위원회와 수의계약을 해 옥외광고물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박 씨가 이들 외에도 현직 국회의원 1명에게도 정치자금 명목으로 1억여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16대 때 국회 문광위원회 소속으로 알려진 이 국회의원은 박 씨에게서 받은 자금의 대부분을 영수증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대가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5명에 대해서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혐의가 입증되면 뇌물수수나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구U대회 당시 옥외광고물사업 규모가 570억 원대에 이르며 광고사업권 수주가 수의계약 형식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로비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씨가 2000년 이후 거래업체와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55억 원을 조성한 사실도 밝혀내고 박 씨를 상대로 사용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