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6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했지만 TV 카메라를 의식해 정보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핵능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보기관마다 추정치가 조금씩 다르다”면서 “(CIA가 추정한 핵능력은) 비공개 장소에서 따로 대답하겠다”고 공개적인 답변을 꺼렸다.
다만 “2002년 초 CIA의 평가보다는 (북한의) 핵능력이 증대됐다는 점은 밝혀둔다”고 말했다. CIA는 9·11테러 직후인 2002년 1월 상원 정보위에서 “북한은 최소한 1개, 어쩌면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핵폭탄 1,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10∼14kg을 보유했을 수 있다고 공식 견해를 밝혀왔다. 또 국가정보원은 15일 국회에서 “북한이 재래식 핵무기를 한두 개 개발했을 수는 있지만, 그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하는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고스 국장의 북한 핵능력 향상 발언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월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던 시점이다. 미국 또한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확신하기 이전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2차 핵 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2003년 초 플루토늄 추출 작업을 재개해 핵물질 보유량을 늘려왔다.
고스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외교를 ‘공갈(bluster) 외교’라고 부르면서 “북한은 끔찍한 것으로 위협해 구체적인 무언가를 얻어내는 방식을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은 제1목표인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일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고스 국장은 북한과 이란을 거론하면서 “일부 국가가 핵무기 보유를 통해 세계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생기는 자부심 또는 핵 보유가 그 나라의 민족주의와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하면, 핵개발을 꿈꾸는 나라는 핵을 성배(聖杯)처럼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CIA-한국 국방백서 북핵 비교
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한국 국방부미사일사정거리“대포동-2 미사일은 (500kg급 핵탄두를 장착한 채)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대포동-2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t 탄두를장착하고 4000∼6700km로 추정.핵무기의소형화 정도언급 없음.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핵무기 개발 추진. 아직 소형화 못한 것으로 판단(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무게는 수백 kg∼1t).생화학무기“화학 및 생물무기 프로그램이 있으며,사용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된다.”화학공장에서 생산한 유독작용제 약 2000∼5000t을 여러 시설에 분산 저장한 것으로 추정.핵개발 능력“2002년 1월 ‘핵무기 1, 2개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보다 핵능력 증대됐다.”핵무기 1, 2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10∼12kg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