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요드라마 ‘사랑공감’에 출연 중인 이미숙은 “그동안 바람 피우는 역할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남편의 불륜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배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멜로연기엔 정년이 없죠” 탤런트 이미숙. 마흔다섯 살.
그의 나이가 40대 중반이라는 사실은 낯설다. 큰 아들이 16세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눈가에 살짝 잡힌 주름만 빼면 20대에 버금가는 피부와 몸매를 지녔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여성 연기자로서는 드물게 40대에 멜로드라마의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 그의 나이를 잊게 한다.
이미숙은 2003년 영화 ‘스캔들’ 촬영을 끝낸 뒤 1년여 동안 미국 유학중인 자녀(1남1녀)와 함께 지내다가 지난해 가을 돌아왔다. 귀국 후 첫 출연작은 1월28일 시작된 SBS 금요드라마 ‘사랑공감’(밤 9시55분). 남편의 불륜과 비인간적 행태에 절망해 이혼한 뒤 15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 남자(전광렬)와 애틋한 사랑을 주고받는 희수 역이다. 2001년 KBS2 ‘고독’ 이후 드라마 주연은 4년만이다.
“제가 한국에 없었던 1년간 TV 드라마들의 내용이 확 바뀌었더라고요. 젊은이 중심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드라마가 대세가 됐는데 환상과 허구만 좇다보니 현실을 담아내고 이슈화하는 작품이 없어요. 더구나 중년 주인공은 설 자리가 없어졌구요. 그래서 이 드라마에 더 매력을 느꼈죠.”
‘사랑공감’의 희수는 남편의 불륜에도 불구하고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 여자를 거래처 인사에게 성 상납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혼을 결심한다.
“표면적으론 이혼 문제가 부각되지만 실제로는 ‘결혼 10년이 훨씬 넘은 부부들은 무엇으로 같이 살아갈까’를 묻고 있어요. 저도 그 답을 이 드라마에서 찾고 있는지도 몰라요.”
4일 방영된 4회 방영분에서 희수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바람피우지 마. 만약 죽어도 피워야겠으면, 나 모르게 피우거나, 내가 알게 돼도 내가 당신 아내라는 게 그 여자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주길 바래”라며 남편을 쏘아붙이는 대목은 시청자에게 명장면으로 꼽혔다.
‘사랑공감’의 시청률은 15%대. 사전 홍보가 거의 없었지만 이미숙 전광렬 견미리의 뛰어난 연기에 힘입은 결과다. 연출자인 정세호 PD는 이미숙의 연기에 대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캐릭터를 전체 흐름에 녹여낸다”고 말했다.
“제가 이 드라마와 같은 상황에 부딪친다면, 저도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혼은 부부만의 문제는 아니죠.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과 수많은 인연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죠.”
아무리 젊게 보여도 나이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언제까지 멜로드라마의 주연을 할 수 있것 같으냐고 물었다.
“캐서린 햅번이 1981년 ‘황금연못’의 주연을 맡았을 때 나이가 70대였죠. 저도 그 때까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시대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진 성공했어요. 저 혼자 우울해져 청승 떤 적은 없어요. 늘 주위 일에 시시콜콜하게 참견하고 호기심을 갖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그는 소문난 운동광이다. 하루 3시간 이상 헬스클럽 등에서 운동을 했다. 6개월 전부턴 ‘요가’로 바꿨다.
“피부나 몸매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 정말 관리 안 해요. 하도 주위에서 ‘지금 피부 좋다고 관리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해서 3월부턴 스킨케어 한번 받아보려고 해요. 그러나 관리의 기본은 운동이지요.”
곧 영화 촬영도 시작한다.
“이전에 전혀 볼 수 없었던 파격적 캐릭터예요. 무슨 영화인지는 아직 극비예요.”
그녀는 손가락을 살짝 입에 갖다대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