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경련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姜信浩)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다시 추대돼 강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강 회장은 23일 열릴 전경련 총회에서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해 앞으로 2년 더 전경련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끝내 전경련 회장직을 거절하는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기를 꺼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대위원회가 23일 열릴 전경련 총회에서 강 회장을 추대하기로 결정했으며 회장단 회원기업들을 중심으로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모두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강 회장이 80세를 바라보는 고령(79세)이라는 점과 재계의 단합을 위해 ‘대표성’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다가 재계 원로들이 강하게 설득하자 어젯밤에 결국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차기회장 제의를 수락하면서 “재계 단합을 위해 노력하고 ‘재벌 대변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전경련의 변신을 꾀하겠다”고 말했다고 현 부회장은 전했다.
동아제약 회장이기도 한 강 회장은 2003년 10월 손길승(孫吉丞) 전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뒤 회장대행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2월 29대 회장에 정식 선출돼 손 회장의 잔여임기인 1년간 전경련을 이끌어 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 ‘옹립’에 실패한 전경련으로서는 강 회장 연임 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정책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일정 수준의 대립을 피하기 쉽지 않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경우 기업에 미칠 ‘위험성(리스크)’이 커 주요 그룹의 ‘실세 회장’들이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현안을 놓고 재계와 정부가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무난하게 회장직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에 빠짐없이 동행해 노 대통령이 “강 회장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강 회장이 잔여임기를 채우던 ‘과도기 회장’에서 벗어나 새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전경련의 이미지 변신 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