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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기업상대 집단소송 어려워진다

입력 | 2005-02-18 18:10:00


18일부터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대폭 제한된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피해자 수가 많으면 반드시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8일 상하원을 통과한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원은 17일 찬성 279표, 반대 149표로, 상원은 10일 찬성 72표, 반대 26표로 각각 개정법안을 통과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개정법은 미국의 소송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개정 내용=원고의 피해규모가 500만 달러(약 51억 원)를 넘거나 원고가 100명 이상이면 반드시 연방법원에만 집단소송을 제기하도록 제한했다. 피고와 원고가 각기 다른 주에 있어도 역시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야 한다.

피고가 속해 있는 주의 법원에 소송을 내려면 원고의 3분의 2 이상이 같은 주에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소송 변호사들의 수임료도 원고가 받는 보상과 연계해 과다한 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찬반 논란 가열=공화당은 집단소송 변호사들이 주마다 소송체계가 다른 점을 이용해 소송 진행이 유리한 주를 선택해 왔다고 주장한다. 선출직인 주 법원 판사들은 소송 변호사들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아 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내려 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2003년 일리노이 주 법원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101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를 흡연자들에게 보상토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자주 내렸던 매디슨 카운티는 ‘미국 집단소송의 수도’로 불릴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법 개정의 승리자는 미국 업계라고 지적했다. 미 업계는 법 개정을 위해 7년간 수백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사용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개정법이 민주당에 주로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소송 변호사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대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