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19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켰다. 한국은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소를 복제한 일본과 뉴질랜드, 쥐를 복제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황 교수는 일약 스타 과학자로 부상했다. 홀어머니에 외아들, 가난이라는 환경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길을 택해 지옥훈련에 버금가는 혹독한 연구를 견뎌낸 그의 삶은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가 되었다.
꼭 5년 뒤인 2004년 2월 12일 황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 그는 더 유명해졌고 더 바빠졌다. 과학기술 분야 최고훈장을 받았으며 교수로서는 드물게 회원 수만 1000명이 넘는 개인 후원회도 갖게 됐다. 국가홍보대사에 임명됐고 우표까지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많은 매스컴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대서특필되었다.
그가 올 초 색다른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의대 학장 후보에 단독 출마해 추대까지 됐으나 하루 만에 포기한 것.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황 교수가 정이 많은 의리파라고 전한다. 그런 그였기에 모교 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동료교수들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그의 돌연한 행보는, 서울대라는 조직에 몸담으면서도 각종 행정업무는 물론 교수회의와 책임수업을 면제받고 교내 교수들 중 파격적으로 많은 연봉까지 지원받는 석좌교수 직에 있는 한, 도의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는 뒷말이 많았다.
황우석은 스타다. 그것도 슈퍼스타다. ‘스타’에겐 돈과 명예가 따르지만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는 불편함도 따른다. 친구도 생기지만 적도 생긴다. 얻는 것이 많아질수록 외로움도 비례한다. 더구나 그의 직업은 궁극과 초월을 지향하는 과학자가 아닌가. 그 길은 절대고독의 길이다.
세상은 앞으로도 슈퍼스타 황우석을 필요할 때마다 계속 불러낼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인간성을 버리느냐, 연구를 버리느냐 하는 고뇌에 빠질 것이다.
천재는 에너지의 유무가 아니라 ‘에너지의 조절’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스타 황우석이 보여 줄 에너지 조절법은 이제 여러 사람들의 관심사항이 되었다. 그 관심은 많은 경우 호의적일 테지만, 때로 무정이나 비정의 모습으로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항상 사람을 정당하거나 자비롭게만 대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