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리베스킨트 씨가 1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건축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건축물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연극무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현대산업개발
“이방인(Stranger) 차원에서 느낀 것이긴 하지만, 서울과 강남의 인상은 역동성과 흥분으로 요약됩니다. 그런 힘 있는 거리 분위기와 호흡하기 위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해체적 설계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씨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에서의 첫 작품인 현대산업개발 신사옥 ‘아이파크타워’의 준공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는 국내 건축물 중에서 ‘네모반듯한 성냥갑 건물’의 전형을 깬 빌딩으로 평가받는다.
건물 외부에는 자연을 상징하는 거대한 원과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빨간 사선 문양들이 장식돼 있고 ‘소통’을 뜻하는 원통 막대기가 건물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관통하는 형상을 띠고 있다. 실제로 이 막대기는 건물 내부를 관통하고 있어, 일부 직원들은 ‘왜 비싼 건물에서 일부러 실내공간을 못 쓰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리베스킨트 씨는 “사람들이 건물과 대화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아이파크타워는 도시인들을 끊임없이 각성하게 만드는 ‘지식의 원천’이며,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 건물, 건물 밖에서 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3차원 연극무대의 중심점’”이라고 말했다. 그를 ‘해체주의자’라고 부르는 일반의 시각에 대해 그는 “건축은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사전적 의미의 ‘해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리베스킨트 씨는 ‘모더니즘’ 건축 조류를 뒤엎고 ‘미완성’ ‘비대칭’ ‘부정형’ 등의 콘셉트를 담은 건축물을 앞세워 세계 건축학계 ‘7인의 해체주의자’ 중 대표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그재그식 동선(動線)을 앞세운 ‘베를린 유대인박물관’을 1989년 설계하면서 건축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됐으며, 최근에는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지어지는 프리덤타워를 설계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