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시내 지하철을 타면 ‘실버 일꾼’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전동차와 역사 구내에 쌓인 신문, 무가지, 광고 전단지 등을 수거해 파는 노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
12일 오전 경인전철 전동차안. 올해 70세인 김영문 씨가 전동차 선반에 버려진 무가지를 모아 바퀴 달린 '카트'에 열심히 담고 있다.
그는 폐지 수집 이외에도 영등포역∼제물포역 사이의 승강장 매점에 김밥을 배달하고 있는 ‘투잡(two job) 맨’. 매일 새벽 집 근처의 김밥 제조공장에서 김밥을 받아 와 제물포역을 시작으로 주안, 부평, 신도림, 영등포 등 각 역 승강장 매점에 공급해주고 있다. 배달하면서 틈틈이 전동차 선반 위에 버려진 무가지 등 폐지를 수거한다.
두 손가락을 잃어 4급 장애인인 김 씨는 “운동 삼아 이 일을 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며 “김밥 배달로 매달 50만원을 받고 있고,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하루 1만원 이상 벌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역∼인천역 간 경인전철 구간에는 김 씨처럼 폐지를 수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30, 40명에 이른다.
이들 ‘실버 일꾼’들은 당일 모은 폐지를 주요 역까지 마중 나오는 고물상의 소형 트럭으로 옮겨 실은 뒤 1kg당 90∼110원을 받는다. 근력 좋은 노인의 경우 2, 3시간 만에 폐지 150∼180kg가량을 모은다고 한다.
고물상 Y자원(인천 서구 가좌동)의 안영순 사장은 “다른 곳보다 후한 값을 쳐주는 편이라 20여명의 노인이 우리와 거래하고 있다”며 “폐지 수집을 하는 노인이 많아지자 지하철역 주변에 고물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市 환경지킴이 등 노인일자리 대폭 확충▼
인천시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시는 올해 2200명의 노인을 ‘환경지킴이’로 위촉해 골목 청소 등의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상반기에 활동할 노인 1100명을 3월 초부터 각 읍면동사무소에서 모집하며, 매달 30만원씩 지급한다.
시는 또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로 △경로당 등에서 문화강좌를 펼칠 노인지도자 △가로수 정비를 전담할 노인 정원관리사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말벗 등의 역할을 할 노인 건강도우미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천시 정관희 노인복지팀장은 “환경지킴이나 노인지도자, 정원관리사, 건강도우미 등은 생활형편과 상관없이 밝고 활력 있게 생활하려는 노인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