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등학교가 곧 개학한다.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 분리불안과 학업 스트레스 등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원인부터 찾아내 차분히 달래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며칠 있으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잠시 수업을 하다 새 학기 시작 전 봄방학을 하는 초중고교도 많다. 아이들은 학원 공부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방학 동안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경우도 적지 않아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간혹 응석이나 투정에 그치지 않고 몸이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가 있다. 보통 초등학생 3∼4%, 중고등학생의 1% 정도가 이런 ‘등교거부 증후군’ 증상을 보인다. 아이가 개학 후 1주일 이상 학교 가기를 계속 거부한다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몸 아프다” 등교 거부=새 친구들과 선생님에 적응하는 일은 어린 아이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한 아이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그러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기 의사를 말로 분명히 표현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머리나 배가 아프다거나 설사와 구토 때문에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떼를 쓰며 울기도 한다. 심할 때는 현기증을 일으켜 기절하는 아이도 있다.
몸이 아픈 증상은 보통 아침 일찍 나타났다가 학교에 가지 않고 등교시간을 넘기면 사라진다. 평일에는 아침마다 아프다고 보채다가 휴일 아침에는 멀쩡한 아이도 있다. 언제나 순하게 말을 잘 듣던 아이가 학교 갈 시간에만 고집스럽게 돌변하기도 한다.
▽단체생활 관심 길러주자=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는 대체로 학교 가기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집과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기 싫다”고 말을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이렇게 엄마와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은 정도가 다를 뿐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증상이다. 부모의 생각처럼 학교생활에 대한 두근거리는 기대로 가슴 부풀어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어린 아이가 등교를 거부할 때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다. 아파하는 아이가 안쓰럽다고 한두 번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오래 놔두면 더 고치기 어려워진다.
“힘들겠지만 일단 가 보면 재미있을 거야”라고 따스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 준다. 걱정하고 당황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등교거부 증상은 단번에 없애기 어려우므로 인내심을 갖고 마음을 다독여주면 좋다.
학교에 잘 다녀왔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해 준다. 아이와 마주앉아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친구를 알게 됐는지 꼼꼼히 물어보자. 부모의 호기심 표현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에 가는 것처럼 집을 나섰다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 아이도 있다. 결석하는 일이 없는지 교사와 연락해 매일 확인한다. 교사에게 부탁해 휴대전화를 맡겨두고 아이가 몹시 불안해 할 때만 짧게 통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부 부담감도 원인=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익숙한 초등학교 3∼6학년 아이가 학교 가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무렵에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감 상실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재미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뭐 하러 공부해요”라는 등 격한 말을 내뱉는 아이도 있다.
이럴 때 무턱대고 아이를 나무라면 역효과를 일으킨다. 크게 낙담해 의욕을 잃고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도 있다. 평소 밝던 아이가 침울해하며 “학교에 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고 호소할 때는 부모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질책을 자제하고 아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자. 아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함께 고민해서 어려움을 풀어보자”고 힘을 북돋워 줘야 한다. 의기소침이 심해져 자칫 우울증으로 되지 않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중고교생은 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 등이 원인이 돼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찬찬히 잘 설득해 의사의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대전선병원 정신과 김영동 과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 기사에는 본사 인턴과정의 이상엽(25·연세대 의대본과 3년) 김남오 씨(25·연세대 의대본과 3년)가 취재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