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물가가 매년 일정 수준 오르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주택 구매력만 높아져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년 물가가 3% 안팎 상승하는데 대출금리만 일정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실질 이자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생겨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
KDI 조동철(曺東徹) 선임연구원은 “실질 이자율이 계속 떨어지면 미래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더라도 세입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욕구가 커져 매매가는 오르고 전세금은 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가 벌어져 서민층이 집을 마련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후반부터 2004년까지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세금 대비 매매가 비율 추이를 보면 2001년까지 대체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2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 금리가 물가 상승 수준에 못 미치게 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조 연구원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정책 당국이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하거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늘려 과도한 주택 구매수요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