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당 개혁 의지에 사심(私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나라당 내 강경 비주류로 그동안 박 대표 공격의 선봉에 서왔던 홍준표(洪準杓·3선·사진) 의원은 20일 당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주 초 홍 의원에게 당 쇄신 작업을 총괄할 당 혁신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홍 의원은 그동안 철저히 ‘비주류’의 길을 걸어 왔다. 지난달 23일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일체일 수 없다”며 박 대표의 홀로서기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 “가까운 동료 의원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대통령 선거 체제에 걸맞게 당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박 대표도 전권을 주겠다고 한 만큼 당 쇄신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박 대표의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와도 가깝다. 세 사람은 199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연수할 때 가까이 지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미묘한 처지를 의식한 듯 “특정인을 ‘흔든다’는 것은 근시안적 생각”이라며 “박 대표, 이 시장, 손 지사의 경쟁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흥행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이번 파격 인선이 박 대표 체제에 반감을 가진 비주류를 당 쇄신 논의에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홍준표 카드’에 대해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당내 이견을 그가 어떻게 조율해 당 개혁의 성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