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펀드시장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브렛 구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
그는 지난주 피델리티자산운용(피델리티의 한국법인)의 출범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어 “중국의 펀드시장이 큰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를 물었다.
“중국의 주식시장에는 단타매매 위주의 투기성 투자자가 많습니다. 펀드가 생겼다가도 6개월 후에 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요약하면 중국의 자본시장은 아직 ‘미성숙’ 단계여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떨까.
“투기도 있었고 주가의 변동성도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은 괄목할 정도로 성숙해졌습니다. 투자자들도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딘 사장의 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내 증권사 사장들이나 리서치센터 임원들은 최근 증시 흐름과 관련해 이구동성으로 “변동성이 줄었다”고 말한다.
과거처럼 단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500과 1000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림세든 오름세든 장기간 지속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주가 흐름을 꺾을 만한 악재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장기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 들어 더욱 탄력을 받아 종합주가지수는 970, 코스닥종합지수는 500을 각각 넘어섰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별다른 실적도 없는데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가격과 거래량이 급등락하는 ‘테마주’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런 종목일수록 ‘묻지 마’ 투자와 투기성 단타매매가 극성을 부려 투자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주식시장이 성숙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나친 투기성 투자를 꼽은 외국계 증권사 사장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볼 때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