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론마당/유한태]불법입국 女性, 아기만 쫓아내다니…

입력 | 2005-02-21 18:12:00


미학 이론 중에 게슈탈트(Gestalt) 원리란 것이 있는데 그 각론(各論) 가운데 하나가 ‘근접성의 법칙’이다. 개개의 시각 요소들은 주변 조건이 비슷할 때 거리가 가까운 것끼리 뭉치게 돼 있다는 이론이다. 인간 생활의 측면에서 본다면 공간거리가 가까운 것이 가족이다. 가족 중에서도 어머니는 새로운 생명 배태의 위대한 창조자다.

불법 입국 외국여성들이 애를 낳자마자 본국으로 소포라도 부치듯 떠나보내야만 하는, 문자 그대로 ‘생이별’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최근 보도다. 출생신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억지 분리’의 뒤안길에서 생모들은 간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이를 수수방관하는 무정한 구경꾼들만 가득한 현실인 셈이다. 이 땅에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인류동포주의가 설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삭막하고도 섬뜩한 몰인정 그 자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도 제법 오래된 한국이다. 국제사회에서 덕을 꾸준히 쌓아야 거두는 것도 생기게 된다.

형태도 그렇고 색채도 그렇듯 서로 가까운 것끼리 모이고 뭉치게 돼 있는 자연의 순리를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딱한 노릇이다. 빨강과 파랑이 만나 보라색을 만든다. 이 보라색은 그 원형인 빨강과 파랑에서 분리할 수 없다. 남녀의 조화를 통해 제3의 생명인 자손을 낳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자손을 원형인 어머니에게서 억지로 떼어 놓고 있는 것이다. 색의 세계에조차 근접성의 법칙이 있다는데 말이다.

유엔 협약엔 신생아의 인권 보장이 명문화돼 있다. 유엔 협약 준수라는 의무감을 떠나 신생아는 국적과 인종이 무엇이든 보호해야 마땅하다. 외국인 불법 입국자에 대한 대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불법 입국에 대한 조치가 모자생이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모자 불리(不離)의 제도적 장치로 최소한 1년간만이라도 생이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어떨까.

유한태 숙명여대 교수 시각정보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