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발효를 기점으로 유럽국가와 일본 등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이 본격 가동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환경과 관련한 국제적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환경 파괴 논란으로 각종 국책사업이 연기 또는 중단되는 등 환경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단히 고조된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경과 사회를 아우르는 전략적 대안의 모색이 시급하다. 환경문제와 연계된 새로운 국제 무역 규범의 등장이 기존의 경쟁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환경규제정책은 기존의 ‘생산공정 중심’에서 제품의 전 과정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곧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원재료 확보, 제조, 유통, 그리고 사용 후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환경적 요인을 통합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기업으로선 강도 높은 친환경 경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자금 인력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이 국제적 여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선진국의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직접 수출의 길이 막히게 됨은 물론이고 녹색 구매를 확대 실시해 가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총 기업 수의 99%, 임금근로자의 8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방치하고선 경제회복이나 소득 2만 달러 달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 과정에서의 생태경제효율성(eco-efficiency) 제고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영세업체로부터 거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전체를 대상으로 환경과 경제의 상생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가 중소기업의 환경문제 해결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공급망 구축사업은 환경 파고에 휩싸이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파트너십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한 예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모기업이 환경경영 및 청정기술을 하위 협력업체로 전수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청정생산기술 개발사업 지원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땜질공정에서 유해물질인 납을 대신할 물질을 국내 중소업체가 개발해 수입을 대체하고, 한 중소 반도체업체(코아텍)는 모기업(삼성전자) 및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불화탄소(PFC)를 줄이는 대체 물질 개발에 성공해 해외 논문집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미 상당한 성공사례가 있지만 중국 인도 등이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지금 수준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은 청정생산 촉진과 환경경영의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직접규제 방식보다 시장경제적인 유인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병욱 LG환경연구원장 한국환경경영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