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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 전쟁’

입력 | 2005-02-22 16:09:00

멀티플렉스 三國志2005년을 기점으로 ‘빅3’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서울 전쟁이 시작됐다. 롯데시네마가 ‘서울 1호점’을 내고, 메가박스는 CGV 목동점의 코앞에 ‘서울 2호점’을 내면서 CGV의 아성에 정면승부를 건다. CGV는 공격적인 방어 전략을 내놨다. 서울에서 불붙은 ‘극장 전쟁’, 어떻게 될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GV 용산점, 메가박스 코엑스점, 롯데시네마 안양점. 사진 제공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서울 대첩’이 시작됐다. 그간 CGV의 아성이었던 서울에 롯데시네마가 올해 처음 지점을 내고 메가박스가 코엑스점에 이은 ‘서울 2호점’을 여는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출발선을 끊었다. 한편 이런 ‘공룡’들의 싸움 속에서 최근 새 단장을 끝낸 단성사가 재개관하는 등 종로 지역 영화관들이 과거의 영화(榮華)를 회복하려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2005년 서울에서 시작된 극장 전쟁을 들여다본다.》

● 서울 지형도, 어떻게 변하나

롯데시네마의 서울 진입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서울 세 곳에 영화관을 연다. ‘서울 1호점’은 중구 소공동에서 3월에 문을 여는 ‘에비뉴엘점’. 롯데백화점 본점 옆 명품관에 5개 관 710석 규모로 들어설 에비뉴엘점을 시작으로 롯데시네마는 5월 영등포구 롯데백화점(7개 관 1600석), 12월 노원구 롯데백화점(8개 관 1500석)에도 지점을 낸다. 2006년에도 관악구 봉천동(5월 개점)을 비롯해 마포구 홍익대 인근과 광진구 건국대 인근, 강북구 미아동(이상 12월 개점)에 잇따라 극장을 열어 2006년까지 서울에 7개 점을 확보한다는 계획.


코엑스점에만 16개 관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서울 전체 극장 관람객 수(4600만 명)의 10% 남짓을 점유한 메가박스는 ‘강남의 대표적 영화관’이란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올해 9월 양천구 목동에 9개 관(1800석) 규모의 서울 2호점을 내는 것. 메가박스 목동점은 CGV 목동점이 있는 현대백화점에서 불과 200m 남짓 떨어진 행복한세상백화점에 들어섬으로써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내년 4, 5월 중 서대문구 신촌 민자역사 밀리오레 내에 신촌점을, 2005년 말∼2006년 초 동대문 굿모닝시티 내에 동대문점을 개설할 예정. 2007년까지 중구 명동과 관악구 신림동에 지점을 낸다는 중장기 계획도 갖고 있다.

서울시내 7개 점 63개 관을 운영하며 지난해 서울 총관객의 30%가량을 끌어 모았던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GV는 내년까지 서울에 세 곳을 새롭게 여는 공격적 수성전략을 세우고 있다. CGV는 6월 지하철 불광역 팜스퀘어 건물에 9개 관(1600석) 규모로 불광점을 연다. 또 최근 인수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씨네플러스(6개 관)를 올해 말부터 증축해 내년 4월경 9개 관(1900석) 규모의 ‘CGV 압구정점’을 낼 계획. 내년 12월 성북구 동선동에도 5개 관 900석 규모의 ‘CGV 동선점’을 연다. 이 밖에 2007년까지 영등포구 문래동(8개 관 1500석)과 성동구 왕십리 민자역사(10개 관 2200석)에 새 지점을 연다.

‘빅3’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뜨거운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종로 ‘빅3’의 부흥 여부도 주목된다.

1907년 처음 세워져 대극장과 소극장 2개 관으로 운영되던 단성사는 7개 관 1500석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변신해 3일 재개관했다.

지난해 11월 피카디리극장이 재개관한 데 이어 단성사도 다시 문을 열게 됨에 따라 서울극장을 포함한 3개 극장이 1980년대 종로3가 사거리를 중심으로 ‘골든트라이앵글’을 구축했던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관전포인트-유기체 같은 생존 전략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서울 공략 혹은 수성 전략을 지도상에서 살펴보면, 장기판의 말을 놓을 때처럼 경쟁사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경쟁사의 숨통을 서서히 압박해 들어가는 등 유기체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실제 이들 멀티플렉스 극장은 입지 조건이나 지역 주민의 성향에 따라 특화된 관객 서비스를 내놓는다.

▽롯데시네마=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기 고양 등 전국 14개 지역에 영화관을 가진 롯데시네마는 지방에서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서울을 압박해 들어간다.

롯데그룹의 심장부인 서울 중구에 상징적 의미로 ‘서울 1호점’을 개관한 뒤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외곽에서 시내로 점차 압박해 들어오는 이른바 ‘목조르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

롯데시네마가 우선적으로 들어오는 곳은 노원, 봉천, 홍익대, 미아동 등 CGV가 아직 세력을 뻗치지 못한 인구 밀집 지역. 이 밖에 영등포점은 CGV 구로점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경우 롯데시네마는 기존 롯데백화점 내에 자리 잡는 방식을 택해 부지 구입에 따른 초기비용을 줄이고 백화점 고객을 그대로 흡수하는 ‘올라타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명동 아바타 쇼핑몰 내에 있는 CGV 명동점과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게 될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의 경우 ‘럭셔리’와 ‘웰빙’ 개념을 부각시켜 차별화한다는 전략.

상영관 바닥을 모두 대리석으로 깔아 ‘기존의 카펫보다 위생적이고 호화롭다’고 강조하는 한편, 여성 화장실 부스 내에 아이가 앉을 수 있는 베이비 체어를 설치하고 파우더룸을 마련하는 등 백화점을 찾는 여성 고객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소공동의 경우 롯데시네마는 하루 5만∼10만 명인 롯데백화점 인근 유동인구만 제대로 공략해도 쏠쏠한 재미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길 건너편에 있는 아바타 인근 소규모 점포들에 몰리는 10, 20대 초반 인구를 두고서는 골머리를 앓는다. 롯데백화점 앞 차로가 횡단보도 없이 지하도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아바타 인근에 집중되는 젊은층이 자연스럽게 롯데시네마를 찾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입지적 약점 탓. 이를 돌파하기 위해 롯데시네마는 아바타 건물 인근 패스트푸드점 및 커피전문점 등과 연계해 이들 매장에서 직접 표를 사거나 예매할 수 있는 연계매장 발권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서비스 전략의 배경에는 롯데시네마의 본질적 고민이 숨어 있다. 현재 서울 잠실 롯데월드 내에 있는 ‘롯데월드시네마’를 대다수 관객들이 롯데시네마와 동일한 브랜드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마케팅팀 이동호 부장은 “웰빙과 럭셔리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롯데월드시네마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라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메가박스는 CGV 목동점 코앞에 ‘메가박스 목동점’을 연다. 이는 최근 하이페리온 등 주상복합 건물이 속속 들어서 목동의 영화관람 잠재력이 더 커졌고 화곡동 신정동은 물론 배후지역인 은평구나 여의도 일대 관객까지 끌어들일 경우 CGV와 ‘나눠 먹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문제는 입지조건의 차이. 메가박스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들어서는 행복한세상 백화점이 CGV가 입주한 현대백화점에 비해 ‘고급’ 이미지가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많고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이 많다는 목동의 특성을 감안한 파격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보완책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별화하고 금·목요일로 개봉일을 앞당기는 등의 서비스를 먼저 선보였던 메가박스가 목동 진입을 앞두고 이번엔 관람료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접어들지 않을까 CGV 측은 걱정하는 분위기다. ▽CGV=서울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인 CGV의 서울 수성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울 외곽을 완전 장악한다는 ‘굳히기’ 전략이며, 또 다른 하나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 강남에 대한 ‘침투’ 전략이다. 강변 구로 목동 상암 등 서울 외곽의 인구밀집 아파트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온 CGV는 불광동 압구정동 동선동 왕십리 등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울 서북과 동북, 강남 지역에 지점이 생기면 서울의 부심(도심 기능을 분담하는 부도심)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CGV는 서울 도심을 빙 둘러싸고 있는 부심들을 선점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도심까지 들어갈 필요가 아예 없도록 만드는 이른바 ‘부심 위주 전략’을 구사한다. 연극 공연 등 다른 문화 장르의 티켓을 최근 CGV 지점에서 함께 판매하는 것도 지역 기반의 문화 포털이 되겠다는 전략의 일환.

CGV는 메가박스의 아성인 서울 강남을 공략한다는 판단 아래 최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씨네플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강남 지역의 한두 군데 극장을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재개관한 단성사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쟁사의 잇따른 서울 개점 소식에 대해 CGV는 표면적으론 느긋한 표정. CGV 관계자는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점은 명동 CGV 바로 건너편에 생기지만 아바타 인근에서 쇼핑과 만남을 즐기는 대다수 젊은층을 길 건너편으로 끌어당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로 ‘빅3’=단성사의 재개관으로 종로 ‘빅3’(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극장)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 극장들은 종로에 있는 외국어학원에 다니는 젊은층이 총 유동인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관객을 새롭게 끌어 모으기보다는 평소 종로 일대를 다니는 젊은층이 명동이나 기타 지역 멀티플렉스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이 일대 극장을 찾도록 하는 전략이 핵심. 주중 유동인구(평균 18만 명)가 주말 유동인구(평균 15만 명)보다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주중 학원생’을 잡기 위한 서비스도 추진되고 있다. 단성사 소병무 상무는 “극장 2층에 입주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과 협의해 7000원에 영화를 보면서 커피를 곁들인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조조 패키지를 구상 중”이라며 “아침과 밤에 사람이 몰리는 종로의 특성을 고려해 조조와 심야 상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로 ‘빅3’ 극장들은 종로라는 지명이 ‘영화 1번지’와 ‘오래된 곳’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어 전통과 현대의 이미지 사이에서 자리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 확장 경쟁, 언제까지 계속될까

2004년 서울 인구를 1100만 명으로 볼 때 서울시내 총 스크린 수는 296개로, 스크린 1개 당 인구 3만7000명이란 계산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적정 스크린은 스크린 당 인구 3만 명. 극장업계에선 2005년 말에 서울 스크린 수가 354개가 됨으로써 스크린 당 3만100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추세라면 2006년 말에 이르러 서울은 스크린 포화 상태가 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2007년까지는 ‘남이 짓기 전에 먼저 짓자’는 팽창 전략을 계속하다가 2008년부터는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들은 “그때부턴 진정한 실력자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진정한 실력’이란 결국 자본력, 즉 끊임없이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현금동원력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조현재(연세대 사회학과 3년), 윤용강(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3년), 황선영 씨(이화여대 국제학과 3년)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