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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DVD로 만나는 논픽션… 감동 2배

입력 | 2005-02-22 16:18:00


《영화를 보면서 때론 인생을 배우고 숙연해지는 경험을 한다. 최근 잇따라 개봉한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생애를 그린 ‘에비에이터’, 시각 장애를 딛고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된 찰스 레이의 삶을 그린 ‘레이’처럼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이른바 ‘논픽션 영화’는 그 어떤 허구보다 가슴 뭉클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논픽션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DVD가 안성맞춤. DVD에는 영화 본편뿐 아니라 스페셜 피처(부가영상)가 많이 수록되기 때문에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나 영화에서 궁금했던 관련 자료 영상들을 추가로 볼 수 있다.》

∇그때 그 사람을 아시나요?=‘에비에이터’에서 캐서린 헵번 역을 맡았던 케이트 블란쳇이 여기자로 열연한 영화 ‘베로니카 게린’. 아일랜드의 신문기자였던 그는 마약거래가 공공연하게 성행하는 조국 아일랜드의 암울한 현실에 분노해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마약밀매단의 내막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결국 그는 1996년 6월 암살당했지만 그의 취재와 죽음을 계기로 아일랜드의 마약밀매는 고삐 잡히게 됐다. DVD에는 게린의 생전 모습과 가족사진은 물론이고 암살되기 6개월 전 국제신문자유상을 받으며 그가 시상식에서 펼친 연설이 그대로 수록돼 고인의 용기를 체감할 수 있다.

정신질환을 딛고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의 고난과 역경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 DVD에도 실제 내시가 출연한다. 내시 역을 맡은 러셀 크로와 내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비롯해 내시가 노벨상 시상식장에 선 모습까지 담아냈다.

‘아줌마 판 풀몬티’로 알려진 영화 ‘캘린더 걸’. 영국 요크셔의 산골마을 네이플리에 사는 40, 50대 부녀회원들이 백혈병 퇴치기금을 모으기 위해 자신들의 누드사진을 촬영해 만든 달력을 판매해 화제가 된 1999년의 실제 사건을 따스하고 코믹하게 다뤘다. 늘씬한 글래머의 미녀가 아닌 뱃살 나오고 처진 피부의 아줌마 누드를 담은 달력이 우여곡절 끝에 나와 영국뿐 아니라 미국으로까지 건너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한다. DVD에만 수록된 다큐멘터리에는 실제 이 마을 부녀회원들의 모습과 그들의 재미난 경험담, 칸 영화제에까지 초청받아 붉은 카펫을 밟으며 마냥 신기해하는 천진난만한 모습까지 담아냈다.

∇진실이 주는 뭉클한 감동=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룬 샐마 헤이엑 주연의 ‘프리다’. 이 영화의 DVD에서는 그가 멕시코 벽화운동의 기수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 한때 사랑을 나눴던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와 함께 살았던 집, 활동 무대, 작품들을 보여준다. 에드 해리스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야심작 ‘폴락’은 20세기 추상표현주의의 걸출한 화가인 잭슨 폴록의 삶을 다룬 영화로 DVD에는 실제 폴록의 작업하는 모습과 작품이 담겼다.

프랑스 천재시인 랭보의 생애를 그린 ‘토탈 이클립스’와 ‘에비에이터’ 등 전기영화에 유독 강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콤비를 이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DVD에는 이 영화의 실제모델인 미국 최고의 금융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인터뷰와 그가 영화 자문을 하는 모습, 사건 회고담까지 담아내 더욱 흥미진진하다. 196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그의 수표사기 행각보다 이 영화로까지 로열티를 벌어들였을 변함없는 그의 재주가 더 놀랍다.

국내 영화사상 최초로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3장으로 구성된 DVD는 생생한 역사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영화와 함께 실미도 사건을 다룬 TV프로그램, 당시 사진 자료, 전문가들의 회고와 견해가 집대성됐기 때문이다.

다음달 DVD로 발매되는 체 게바라의 청년기를 다룬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한국인 출신으로 일본 프로 레슬러 계를 평정했던 역도산의 지극히 인간적 모습을 다룬 설경구 주연의 ‘역도산’ DVD에도 영화 외에 다채로운 기록 자료가 수록될 예정이다.

∇영화로 체험하는 역사=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다룬 논픽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는 사건을 경험한 유대인들의 증언이, ‘피아니스트’에는 폴란드의 천재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생애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각각 수록돼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미군과 베트콩이 벌인 최초의 전면전으로 알려진 1965년 아이드랑 계곡 전투를 담은 영화 ‘위워 솔저스’ DVD에는 주인공 멜 깁슨이 연기한 할 무어 중령이 등장해 당시를 회상하며 그의 독특한 역사관을 들려준다.

100% 허구의 이야기에 질렸다면 ‘논픽션 영화’를 골라보자. 사실이 던지는 힘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자극과 진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김종래 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