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카우보이를 찾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1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에 앞서 “시라크 대통령을 텍사스 목장에 초대할 정도로 관계가 개선됐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날 만찬은 대서양 양안(兩岸)관계 회복의 열쇠를 지닌 두 사람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 자리. 시라크 대통령을 ‘카우보이’로 지칭한 부시 대통령의 농담조 대답에는 관계 회복에 대한 강한 희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시라크 대통령도 이에 화답해 “미국과 프랑스는 200년 동안 좋은 관계를 맺어 왔으며 (이라크)전쟁도 이를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 순방 첫날인 21일 부시 대통령은 공식 연설이나 사적인 발언에서 “강한 유럽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등 유럽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한 뒤 유럽이 추진하는 대(對)중국 무기금수 해제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문제에 관해서도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외교적 노력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하긴 했지만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날 미국과 유럽이 공감을 형성한 부분은 레바논 문제에 불과했다. 부시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시리아 군대를 레바논에서 철수시키는 데 유엔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