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알았을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죽음을 아파해주리라는 것을. 스물다섯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배우 이은주 씨를 향한 추모 열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2일 소식이 알려진 뒤 몇몇 포털 사이트와 그의 팬 카페는 접속 폭주로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 배우였는지 몰랐다며 놀라워 할 정도.
평소 그의 이미지는 ‘스타’ 라기보다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에 가까웠다.
“스타이기 전에 배우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렸던 그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녀. 이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참 많이도 힘들었나 봅니다. 부디 가시는 그곳에선 행복하기를.”(monica7577)
“행복하세요. 당신은 정말 좋은 영화배우였습니다.”(VANSMODEL)
자살로 생을 접은 홍콩 배우 장궈룽의 출연작인 ‘아비정전’의 유명한 대사를 옮겨 적은 글도 누리꾼(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렸다.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이 대사가 유독 죽는 연기를 많이 했고 우울증까지 앓았던 이 씨의 삶과 딱 들어맞는다는 평.
자살 동기와 관련해 인터넷에는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영화에서의 과다 노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유서에서 마지막 통화자로 묘사된 사람이 자살을 유도했다”는 의혹 제기도 있고, 얼마 전 큰 파문을 일으켰던 ‘연예인 X파일 책임론’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나 뜻있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그런 선정적인 추측들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스스로 목을 맸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죽음은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까지도 덮는다고 하던가. 이와 관련해 경찰도 일반 변사사건으로 종결한다면서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