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충남 연기-공주지역의 행정중심 복합도시(이하 신행정도시)로 옮길 정부 기관을 12부 4처 2청으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예전에 수도 이전을 위해 수립했던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신행정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이전 시작=여야는 신행정도시 건설공사 착수 시기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2007년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등에 이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따라서 착공 시기는 현재로서는 다소 유동적이다.
건설교통부는 앞으로 정치권이 합의하는 일정에 맞추겠지만 일단 건설공사는 2007년, 부처 이전은 2012년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말까지 신행정도시에 편입될 지역을 확정하고 개발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는 토지 보상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일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을 발족시켜 사업을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발 규모는 당초 수도 이전 후보지로 예정됐던 2160만 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 이전 계획보다 이전할 정부기관 수는 줄었지만 수용 인구 규모는 동일하게 40만∼50만 명 수준으로 책정했기 때문.
건교부 강권중(姜權中) 후속대책실무지원단장은 “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 정도 인구를 확보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이 줄어든 만큼 민간기업을 많이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용 8조5000억 원=정부가 부담해야 할 건설비용은 여야가 최근 8조5000억 원 이하로 못 박은 상태다.
이는 정부의 당초 계획(10조 원)보다 1조5000억 원 정도 줄어든 것. 여야는 건설사업 일부를 민자유치사업으로 돌리고 모자라는 사업비는 개발이익부담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건설비용은 △토지보상비 △토지조성비 △고속도로 및 철도 건설비 △공공기관 건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이라는 금액은 수도 이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추산한 11조3000억 원에서 청와대, 국회 등 이전하지 않게 된 기관들의 건립비용을 뺀 추정치이기 때문이다.
또 이는 2003년 1월 기준 가격으로 산정된 것이어서 실제 사업이 추진되면 물가상승분만큼 건설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사업비는 정부가 부담할 비용의 5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인구 40만∼50만 명을 수용하면서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업무시설이나 아파트 건설비 등 민간에서 투입할 비용까지 포함하면 신행정도시의 총 건설비용이 45조6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야가 잠정 합의한 이전 대상 중앙행정 기관 49개대통령 직속기관중앙인사위 중소기업특별위 부패방지위 소청심사위국무총리 직속기관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비상기획위원회 공정거래위 국민고충처리위 청소년보호위 법제처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재정경제부본부 국세심판원 공적자금관리위 금융정보분석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교육인적자원부본부 교원징계재심위과학기술부 본부문화관광부본부농림부본부산업자원부본부 무역위원회 광업등록사무소 전기위정보통신부본부 우정사업본부 통신위원회사무국보건복지부본부환경부본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노동부본부 중앙노동위 최저임금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건설교통부본부 항공사고조사위 중앙토지수용위 항공안정본부해양수산부본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국세청본부소방방재청본부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공무원 반응 “예상은 했지만… 이중생활 우려”
여야 합의로 신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지역으로 옮기게 되는 정부부처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인 데다 적어도 7년 뒤의 일이어서인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경제부처에서는 기업과 금융회사 등이 서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시장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문제나 국회 관련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다.
재정경제부 A 과장은 “그동안 많이 논의됐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면서도 “다만 국회 업무는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의 B 국장은 “정부대전청사 공무원 중 상당수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며 “신행정도시가 교육과 주거, 문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진 도시로 조성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일부 경제 관료들은 “갈수록 ‘선택과 집중’이 중시되는 세계적 흐름을 감안할 때 정부가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 민간부문과 지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른 반응도 나타났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고, 퇴직을 앞둔 직원들은 느긋한 반면 이전 시기가 자녀의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와 겹치거나 맞벌이를 하는 직원들은 다소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기획예산처의 20대 미혼 여직원은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과 결혼할 가능성이 많은데 내 직장이 충남으로 옮기면 출퇴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50대 간부는 “요즘 공무원 정년도 보장된다는 법이 없어 그때까지 공무원을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다 컸기 때문에 내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충청권 “미흡하지만 그나마 다행”
여야가 23일 12부4처2청을 이전하는 내용의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에 합의한 데 대해 충청권 주민들은 “미흡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신행정수도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전 단계로 이를 수용한다”며 “수도 이전의 취지가 수도권 과밀 집중해소와 국가의 균형발전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해주길 정치권에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용교(金容敎) 충남도 행정수도지원단장은 “당초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여야가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충북 청년회의소(JC) 손인석(孫寅碩) 회장은 “신행정수도 건설 원안에는 못 미치지만 이전 대상 기관에 경제부처가 모두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 같은 합의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웅(金容雄)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최근 비충청권 경제 사회분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15부4처3청을 옮기는 ‘행정중심도시안’에 찬성했다”며 “여야 합의내용이 다소 미흡하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남면 임전수 씨(44)는 “그동안 여야 다툼으로 주민만 속앓이를 했다”며 “여야 합의가 차분하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 연기-공주 주민 일부는 ‘사탕발림식 대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행정수도지속추진 연기대책위 김일호 집행위원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은 간데없고 수도권과 충청권의 눈치만 살펴 정략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나마 정권이 바뀌면 합의한 12개 부서도 이전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