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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장관 “이은주 죽음 보면서 전태일 떠올라”

입력 | 2005-02-24 11:40:00

김근태 복지부 장관.동아일보 자료사진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 이은주 씨를 추모하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23일 밤늦게 자신의 홈페이지 (http://www.gt21.or.kr/) 자유게시판에 쓴 ‘이은주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란 제목의 글에서 이 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데는 “자신의 속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장관은 “이은주는 이 세상을 떠나가는 이들을 돌봐주고, 말을 들어주는 호스피스의 홍보대사였다”고 소개하면서 “그런데 막상 살아있는 자신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외로움과 막막함을 들어줄 친구를 찾지 못했나보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은주씨는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하늘정원’에 출연한 인연으로 안재욱씨와 함께 지난 2003년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호스피스ㆍ완화의료 홍보대사로 위촉됐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이 씨의 죽음과 전혀 경우가 다른데도 왠지 35년 전 전태일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지옥 같은 근로조건에 항의 했던 전태일은 왜 자신에겐 고민을 의논할 대학생 친구 하나 없단 말인가 한탄을 남겼다”면서 “죽은 다음이지만 먼저 장기표가 뛰어갔고, 그 뒤를 나도 달려갔지만 우리는 그의 고민을 의논할 친구로 선택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은주씨나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

전태일 모두 세상과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것.

김 장관은 “차디차게 되어 외로움에 진저리 치면서 우리 곁을 떠나간 이은주가 자신의 외로움과 좌절감을 들어줄 친구를 찾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우리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이은주 또래의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 여러분을 정말로 깊이 사랑한다고, 여러분의 속 깊은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친구로 선택되고 싶다고, 이렇게 간절하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김 장관의 글 ‘이은주의 죽음을 슬퍼하면서’전문▼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엄마, 미안해, 사랑해' 라고 목이 메인 채 피로 혈서를 쓰면서 이 세상이 얼마나 낯설었을까. 얼마나 아득해 졌을까.

왜 이은주에겐 자신의 속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없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은주는 이 세상을 떠나가는 이들을 돌봐주고, 말을 들어주는 호스피스의 홍보대사 였다. 그런데 막상 살아있는 자신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외로움과 막막함을 들어줄 친구를 찾지 못했나보다.

전혀 경우가 다른데도 왠지 35년전 전태일이 생각난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타오르면서 지옥같은 근로조건에 항의 했던 전태일... 그 전태일은 왜 자신에겐 고민을 의논할 대학생 친구 하나 없단 말인가 한탄을 남겼는데, 죽은 다음이지만 먼저 장기표가 뛰어갔고, 그 뒤를 나도 달려갔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고민을 의논할 친구로 선택되지 못했다.

차디차게 되어 외로움에 진저리 치면서 우리 곁을 떠나간 이은주가 자신의 외로움과 좌절감을 들어줄 친구를 찾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나는 이은주 또래의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 여러분을 정말로 깊이 사랑한다고, 여러분의 속 깊은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친구로 선택되고 싶다고, 이렇게 간절하게 말하고 싶다.

보건복지부에서 김근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