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안중에도 없나?
배우의 개런티를 둘러싸고 뮤지컬 제작사와 배우 매니지먼트사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끝에 23일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의 공연이 취소되고 800여명의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제작사 대중뮤지컬컴퍼니 측은 “남자 주연 김법래가 이날 오후 7시 반 공연까지 개런티 문제가 타결되지 않자 분장까지 끝낸 상태에서 출연을 거부하는 바람에 공연을 취소했다”며 “개런티 지급시한이 남아 있음에도 배우 출연을 중단시킨 매니지먼트사 측에 법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법래의 소속 매니지먼트사인 액트원 측은 “제작사측과 처음 약속한 ‘45회 공연’이 끝난 뒤 이후 공연에 대한 추가계약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제작사 측이 한 달이 넘도록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구두 약속만으로 공연을 강요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뮤지컬의 여주인공을 맡은 인기 뮤지컬 배우 김선경도 제작사와 개런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이 달 초부터 아예 출연하지 않아 대역배우가 계속 무대에 서 왔다.
이날 환불 소동이 벌어지자 제작사 측은 유료 관객에게는 ‘110% 환불’을, 초대관객에게는 다음 공연 관람을 약속하고 돌려보냈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개런티를 비롯해 모든 제작비를 확보해 놓고 작품을 올리는 외국의 경우 개런티 지급 문제를 놓고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아무리 제작사와 갈등을 빚었다고 해도 배우의 출연거부라는 극단적 방법을 취한 매니지먼트사의 태도 역시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약속’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결국 공연장을 찾은 뮤지컬 팬들을 우롱하고 불신만 키워 이제 막 일기 시작한 뮤지컬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염려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