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대화/샬럿 울렌브럭 지음·양은모 옮김/260쪽·2만6000원·문학세계사
인간만이 언어를 갖고 있다. 독특하게 진화한 인간의 후두는 ‘사회적 동물’로서 언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탁월한 능력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다른 동물들이라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까. 조금만 귀 기울여 보거나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소리와 몸짓, 화학작용으로 속살거리는 동물들의 수많은 언어가 다가온다.
깊고 낮은 목소리가 섹시한가? 코끼리는 인간이 들을 수도 없는 초저주파를 사용해 서로 연락하며 이동한다. 흰긴수염고래의 노래는 8시간 뒤 수백 km나 떨어진 목적지에 도달한다. 넓은 바다도 의사소통의 장으로는 ‘학교 운동장’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소금쟁이도 진동신호를 이용하지만 공중으로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라 수면의 파문(波紋)으로 이야기한다.
화학적 신호도 문법을 갖춘 ‘언어’가 될 수 있다. 베짜기개미들은 ‘화학적 단어’들을 사용할 뿐 아니라 이 단어들로 ‘구문’도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언어에 비하면 원시적일 뿐이라고? 지난해 말 스리랑카를 강타한 지진해일에서 야생동물들은 무사했다는 보고가 기억나지 않는가.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