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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너희가 책이다’

입력 | 2005-02-25 17:23:00


◇너희가 책이다/허병두 지음/323쪽·청어람미디어·1만3000원

논술은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 시험이다. 영어 수학 성적을 하루아침에 올릴 수 없듯이 논술 실력을 갑자기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은 그래서 필요하다. 새 학년이 시작될 즈음이다. 1년 학습계획을 세우면서 논술공부 일정도 같이 짜 보면 어떨까?

‘읽기’ 내공이 없으면 쓰기 연습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먼저 독서 계획부터 잡아 보자. 오늘 소개할 ‘너희가 책이다’는 학생들이 읽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양서(良書) 고르기부터 읽을거리 소개, 나아가 독후감 작성법까지 독서와 관련된 모든 것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먼저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 지은이는 학생들에게 30년 뒤 자신의 2세에게도 권할 만한 책을 고르라고 한다. 그만큼 가치 있는 내용인지 자문해 보라는 뜻이다. 너무 막연하다면 다음 규칙을 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실 도피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쾌락 위주의 책들을 피하라.’

이 정도 잣대면 어지간한 유해 도서는 학생 스스로 걸러낼 수 있겠다.

저자는 원칙을 던져줄 뿐 아니라 읽을 만한 책들까지 구체적이고도 맛깔스럽게 소개해 준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다면 흥미 있는 책부터 읽는 게 좋다. ‘삼국지’ ‘장길산’처럼 수월하게 읽히는 장편소설들은 독서 지구력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어셔가의 몰락’ ‘도둑맞은 편지’ 같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이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압축된 문장 속에 담긴 기묘한 분위기가 서늘한 이야기를 바라는 더운 여름의 정서와 궁합이 잘 맞는 때문이다.

사색의 계절 가을에는 가슴 뭉클한 시(詩)들이,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겨울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같이 온정이 담긴 책들이 잘 읽힌다.

나아가 이 책은 생각을 키우는 읽기 방법들도 일러 준다. 그중에서도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은 특히 눈에 띈다. 책을 읽을 때는 ‘왜냐하면’ ‘다시 말해’ ‘예를 들어’라는 말들을 주문처럼 문장 앞뒤에 붙여가며 읽어 보자. 주장의 근거를 평가하고 정교하게 설명하며, 사례를 제시하는 훈련이 저절로 될 터이다.

이 외에도 이 책 속에는 독서가 자연스레 작문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좋은 글이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만큼의 내용이 있는 글’이라고 말한다. 뒤집어 보면 이 요건은 작문 연습을 하는 데 훌륭한 지침이 될 수도 있다. 독서 평가와 쓰기 연습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구도다.

의욕은 불타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한 신학기 초, 이 책은 학생들의 1년 독서를 다잡아 주는 훌륭한 안내자로 손색이 없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