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은 외국산 육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축용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돼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고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항생제가 육류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항생제 내성을 유발해 질병의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가축의 70% 이상에 대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서 특정 계열의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보다 심각하면 심각했지 나은 상황이 아니다. 축산물 잔류항생제 위반율이 올해 0.2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항생제는 160만 kg인데, 이 중 40%는 농가에서 항생제가 섞인 배합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는 등의 방식으로 임의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처럼 배합사료를 만들 때 항생제를 섞어 제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약품이 필요할 경우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먹이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유기농식품협회는 가축의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광우병보다 무서운 질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항생제 사용을 금지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학계와 제약업계는 인체에 무해하면서 동물에게도 안전한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정부도 가축 사육 농가에 대한 홍보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세현 경북대 수의과대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