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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후배상 필리핀엔 8억달러…한국 6억달러와 대조

입력 | 2005-02-25 18:38:00


일본은 아시아 5개국과 제2차 세계대전 배상 문제를 협상할 때 필리핀 대표단이 본국과 협의도 없이 8억 달러를 요구했는 데도 이를 전격 수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전날 공개된 외무성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955년 5월 하토아먀 이치로(鳩山一郞) 당시 일본 총리는 필리핀 정부 협상단 수석대표가 본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제시한 8억 달러(무상지원 5억5000만 달러, 상업차관 2억5000만 달러) 배상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배상 한도는 5억 달러’라며 수년간 협상을 끌어오던 일본이 필리핀 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양측은 합의 후 1년 만에 협정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일본과 필리핀의 협상이 타결되고 7년이 지난 1962년 한국과 일본은 무상 3억 달러, 정부 차관 2억 달러, 민간 차관 1억 달러 이상에 합의했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일본 정부가 국내경제 부흥을 위해 필리핀을 동남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아시아 5개국 중 최고액의 배상 요구액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군은 1941년 12월 8일 진주만 기습공격과 동시에 미국 통치하에 있던 필리핀을 폭격했으며 12월 23일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일본군은 전투 끝에 1942년 5월 필리핀 전토를 장악하고 종전 때까지 점령했다.

한편 일본은 인도네시아에서의 포로 학대죄로 수감된 217명의 전범을 풀어달라며 인도네시아 식민통치국이었던 네덜란드 정부에 363만 파운드(약 10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1956년 3월 이 같은 내용의 비밀문서를 교환했고, 같은 해 8월 마지막 전범이 풀려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전범 석방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합의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