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차분한 목소리와 눈빛, 안정된 연기력으로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은주 씨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 씨는 숨지기 한 달 전 병원을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그의 죽음이 꼭 우울증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살은 우울증과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다. 연간 1만 명에 이르는 국내 자살자 중 80% 이상이 우울증 환자로 추정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일단 먹고 자는 즐거움부터 잊어버리게 된다. 소화기장애와 불면증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이 씨도 심한 불면증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았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다. 그러나 스스로 우울증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교육수준이 높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이겨 내겠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증세가 악화된다. 자칫 술에 의지하다가 알코올중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적극적인 치료 없이 혼자서 고민하다 보면 자살이라는 낭떠러지에 이르기 쉽다. 만성우울증으로 뇌의 신경전달 물질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는 보통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환자 대부분이 약물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좋아진다. 완치율도 높다.
심리치료에는 여럿이 함께 즐기는 취미활동이 도움이 된다.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독서나 컴퓨터게임에 열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밖에 나가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되도록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한다.
주의할 것은 많은 자살 사고가 증상이 조금씩 좋아질 때 일어난다는 사실. 우울증이 극심할 때는 자살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멍한 상태가 된다. 상태가 조금 좋아져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게 되면 부끄러움을 이겨내기 어려워진다. 조금씩 치료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주변에서 방심하지 말고 더 각별한 관심으로 보살펴야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