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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호영]‘술판’ 신입생 환영회는 知性파괴

입력 | 2005-02-28 18:12:00


2005학번 대학 신입생들은 지금쯤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꽃길을 걷는 기분이리라. 아울러 자신도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이를 남에게 ‘증명’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맞닥뜨리게 되는 어른 노릇 중 가장 쉬운 게 바로 음주다. 흥겨운 잔치엔 술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까.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매번 술판이 벌어지는 만큼, 새내기들도 얼큰하게 마시고 보란 듯이 어른 행세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릇된 과시욕에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다간 참사가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학년 초마다 들리는 신입생 음주사고는 바로 이런 무절제한 행동에서 빚어진다.

습관적이고 지나친 음주는 자칫 의존성, 즉 중독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인간 뇌의 측좌핵은 자극을 받으면 쾌감과 평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측좌핵이 자극을 받아 쾌감을 느끼게 되면 뇌는 이 쾌감을 되풀이하기 위해 이 부위를 계속 자극하는 강박적인 행동이 유발된다. 그래서 한번 음주의 쾌락에 맛을 들이게 되면, 계속 술을 마셔 쾌감을 얻으려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의 습득과 경험에서 자극을 받고 쾌감을 얻어야 할 젊은이들이 지식을 맛보기도 전에 술 세례에 파묻힌다면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힘겨운 노력 끝에 오는 쾌감이지, 한잔 술에 흥청망청하며 느끼는 쾌감은 아니다. 과음과 취기로 허송세월하기엔 4년은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다.

올봄에는 ‘사발주’니 뭐니 하는 신입생 환영회의 탈선 얘기는 아예 안 나왔으면 한다. 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젊은이의 소식도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호영 다사랑중앙병원 교육연구원장·전 아주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