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용병 농사가 한해 성적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올 시즌 이런 얘기가 더욱 실감난다. 단테 존스를 뽑아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SBS가 그 대표적 예다. 반대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거나 힘겹게 포스트시즌 티켓을 다투고 있는 팀들을 보면 하나같이 용병을 잘못 뽑았거나 교체도 여의치 않았다.
그만큼 용병 선발은 중요하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운칠기삼’이란 말이 나올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용병을 뽑는다.
지난달 미국 방문길에 미국프로농구(NBA) 공식하부리그인 미국농구개발리그(NBDL) 중계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대충 경기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주요선수 4, 5명을 중심으로 공수 능력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를 놓고 NBA 스카우트들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하는 식이었다.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NBA 입성 가능성 및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의 설명까지 곁들였다. 선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파악이 선수 선발에 성공하기 위한 척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즌을 마친 뒤 감독이 통역을 대동하고 잠시 미국을 방문해서 하부리그 몇몇 경기를 관전한다. 그리고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한다. 교체 선수의 경우는 고작 경기 비디오 한두 편을 보고 고른다. 이러니 ‘운’을 바랄 수밖에 없
다.
차제에 한국농구연맹도 에이전트 등록제를 실시해서 신뢰도를 높이고 팀은 전문 스카우트를 양성해야 한다. SBS는 존스를 뽑기 위해 전직 기자를 직접 만나 생생한 정보를 구했다. KTF 추일승 감독은 신체조건과 야투 성공률에서 확실한 기준을 세운 뒤 용병 선발에 에이전트를 충분히 활용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준비했기에 KTF는 올 시즌 유일하게 용병 교체를 하지 않았다.
MBC 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