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4대 조건을 제시했다고 교도 통신이 1일 복수의 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교도 통신은 김 위원장이 왕 부장에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을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의 하나로 규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동등한 입장(equal basis)에서 협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동등한 입장' 요구는 "6자회담의 틀에서 북-미 양자 협의를 갖되 거래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해온 미국 태도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북-미 양자간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미국은 북한이 무조건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어 의견 조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또 이날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1월10일)에 대해 "어제 오늘의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고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왕 부장에게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보유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