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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자원봉사… 가족 전체 참여할 수 있는 작은일부터

입력 | 2005-03-01 18:17:00

봉사활동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는 정영학 씨 가족. 장강명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여덟 가족 24명과 개인자원봉사자 33명이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인 것.

동아일보사와 서울복지재단이 함께 펼치고 있는 ‘행복나눔네트워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자원봉사 행사에 참가한 두 가족을 따라가 봤다.》

▼‘초보’봉사 정영학씨 가족▼

정영학(鄭英學·43) 씨 가족은 봉사활동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이들이 찾아간 이모(86) 할아버지가 “와준 것만 해도 고맙다”며 “청소는 안 해도 되니 그냥 앉아 있으라”고 고집하자 고민에 빠졌다.

정 씨가 부인 여귀옥(呂貴玉·41) 씨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묻자 여 씨는 남편에게 “복지재단에 전화해 봐”라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정 씨 가족은 그냥 일어서서 아무 말 없이 청소에 나섰다. 할아버지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작은 아들 동준(11)은 신발장 정리와 현관 청소를 맡았고 큰 아들 용준(13)은 방바닥을 걸레로 문지른 뒤 복도로 나가 할아버지의 구두를 닦았다. 집안일을 해본 일이 없다던 용준은 할아버지와 옆집 할머니의 칭찬을 듣고 우쭐해졌다.

서울지하철공사 신대방역 역무원인 정 씨는 “용준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애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 자원봉사에 참가키로 했다”며 “어르신께 도움을 드렸다기보다는 나와 애들에게 좋은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고참’봉사 이희영씨 가족▼

혼자 사는 할머니를 찾아 얘기를 나누는 이희영 씨 가족. 장강명 기자

이희영(李羲永·47·자영업) 씨와 9세 쌍둥이 형제 승로, 경로는 독거노인 유모(74)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큰절부터 올렸다.

이 씨는 “딸 둘을 낳은 뒤 본 셋째가 쌍둥이여서 가족이 6명이나 되고 오늘은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 두 집에 자원봉사를 나왔다”는 등 먼저 자기 가족 이야기를 시시콜콜 꺼냈다.

그러자 유 할머니도 “출가한 딸이 있어 정부보조금을 적게 받아. 중풍 때문에 바깥출입이 너무 어려워”라는 등 점차 마음을 열었다.

이 씨 가족은 지난해 자원봉사 시간이 모두 합쳐 255시간이나 되는 ‘자원봉사 베테랑’ 가족. 이날도 역시 능숙했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안마를 시키고 자신은 지저분한 베란다를 청소했다.

같은 시간 부인 송애실(宋愛實·45) 씨와 두 딸인 선인(17), 신애(15) 양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주모(50·여) 씨 집에서 부엌을 청소하고 있었다.

“지난해 큰딸이 가출을 했다가 3일 만에 돌아온 뒤로 가족을 묶어 줄 수 있는 일을 찾다 함께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가족 자원봉사 하려면▼

가족자원봉사는 가족이 한 단위가 돼 참가한다. 가족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자원봉사는 가족 구성원 간에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주고 유대감을 키우며, 자녀에게 사회적 책임을 가르칠 수 있는 등 여러 효과를 준다”고 말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준비와 탐색 단계에서 구성원 전체가 관심 있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 가족 구성원 간에 시간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단시간에 완성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택하되, 부담을 주지 않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참여 문의 02-738-3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