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헤드헌터들은 “30대 과장급들이 경력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전문성을 쌓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정보기술(IT) 회사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는 임모(34) 과장은 요즘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다. 전문개발자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프로젝트 매니저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문개발자를 선택하면 전문지식을 쌓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고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택하면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취업 후 시스템개발 업무만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영업과 관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것이 경력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임 과장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길을 걷기 위해 이와 관련된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근무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하지만 7시30분에 출근해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헤드헌팅 전문회사인 HR코리아(www.hrkorea.co.kr)의 최효진 사장은 “30대 과장급들이 경력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전문성을 쌓는 일”이라고 말했다.》
▽직무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단순히 대학에서 특정분야를 전공했다거나 회사에서 오랫동안 그 분야 업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HR코리아 최경숙 상무는 “무엇보다 현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자신의 경력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매출액 증가, 비용절감 효과, 업무효율성 증가 등의 성과물을 수치로 표시해 정리해 두면 회사 안과 밖에서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희소성이 높은 자격증을 따는 것이 중요하다. 자격증은 이직이나 승진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지만 큰 도움을 준다.
관련 대학원이나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듣거나 기업의 사내(社內) 인재양성 교육을 충실히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계 전문가가 돼야 한다=조우찬(31) 씨는 작년 9월 국내 대표적 온라인게임 회사인 넥슨의 마케팅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카트라이더’를 마케팅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넥슨으로 옮기기 전 다른 회사에서 ‘포트리스’와 ‘라그나로크’의 마케팅을 맡았는데 이 프로젝트가 크게 히트하면서 몸값이 높아져 넥슨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생소한 게임시장에서 게임전문 케이블TV를 활용한다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성실히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마케팅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현재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있다.
이처럼 30대에서는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관리자의 역할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맡아 부하직원을 이끌고 다른 팀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산업지식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케팅 마인드는 필수=1990년대 말 벤처 붐을 타고 IT 관련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진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보다는 자신의 기술력에 바탕을 둔 제품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 아무리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벤처기업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케팅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관계없이 마케팅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개인에 대한 마케팅도 아주 중요하다. 지금은 제품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잘 포장하고 상대방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경쟁력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유앤파트너즈 유순신 대표는 “자신의 업무상 강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것이 기업의 수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 개인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직장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대웅제약 김영권 차장 “3개월에 한번 이력서 씁니다”▼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저의 이력서를 씁니다. 새로 추가할 내용 한 줄이 없다면 자기계발에 소홀했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을 항상 채찍질하며 단련해야 인력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습니다.”
대웅제약 인사팀 김영권(37·사진) 차장은 인사 분야 전문가의 길을 걷는 직장인이다. 1992년 말 금융회사에 입사했다가 1996년 대웅제약으로 옮겼지만 담당 업무는 13년째 줄곧 인사 쪽이다.
작년 4월에는 동기들보다 1년 먼저 차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회사의 인사시스템을 전산화하고 다양한 인사제도를 도입, 정착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김 차장은 현재 사내(社內) 상위 5% 안에 드는 우수인재의 경력 관리를 혼자 맡고 있다. 이들이 회사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으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최근 ‘핵심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우수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그의 업무 비중도 높아졌다.
그가 인사 전문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성격 분석에서 출발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은 나와 잘 맞는가’ 등을 살펴야 개인이 어떤 분야를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인사 관련 업무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뒤 보직 이동 기회가 있을 때에도 이를 거절했다.
김 차장의 장기 목표는 회사 안이나 밖에서 경력 관리를 비롯한 기업의 인사컨설팅 업무를 맡는 것. 이를 위해 올해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인사 업무는 흔히 사람관계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는 막연한 인식이 퍼져 있어 체계적인 분석과 관리의 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사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인 분석과 사람의 성격 파악, 경력 관리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며 늦깎이 공부 이유를 밝혔다.
실무와 이론 공부를 병행하는 것 외에 외부강연 활동을 통해 스스로가 인사 전문가라는 점을 알리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