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선영(29 ·사진)이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그녀는 7일 처음 방송하는 KBS2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연출 김원용 함영훈·극본 고봉황 김경희)에서 교통사고로 기억퇴행 장애를 앓는 주인공 유혜찬 역으로 출연한다.
혜찬은 10년간의 기억을 상실해 18세까지의 기억만 갖고 살아간다. 나이는 29세지만 정신연령은 18세인 천방지축 귀여운 아줌마다. KBS2 ‘장희빈’, SBS ‘왕의 여자’, KBS2 ‘오! 필승 봉순영’에서 단아하고 지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녀가 이번에는 톡톡 튀는 캐릭터로 변신하는 셈이다.
그녀는 지난해 ‘오! 필승 봉순영’에서 보여준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는 배역을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의 시놉시스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제가 실제로 스물아홉 살인 데다 요즘에는 20대를 한번쯤 되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뭘 얻었고 뭘 잃었는지…. 그 생각과 드라마 배역이 맞아떨어졌어요. 혜찬은 단순히 왈가닥 아줌마가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을 재구성해 가는 캐릭터거든요.”
‘열여덟 스물아홉’은 지수현의 인터넷 소설 ‘당신과 나의 4321일’이 원작이다. 혜찬은 떠오르는 ‘얼짱’ 스타 강상영과 결혼한 지 2년째. 부부 싸움 도중 상영이 홧김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혜찬은 그 서류를 들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는다. 사고 이후 상영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 혜찬과 함께 산다. 두 사람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도 숨긴다. 혜찬은 여러 해프닝을 겪으면서도 잃어버린 10년의 행적을 재구성해 나간다. 강상영 역은 탤런트 류수영이 맡았다.
박선영은 KBS 김현준 드라마1팀장으로부터 ‘정통성을 벗어난 연기’를 주문받았다. 그녀는 연기를 하면서 왈가닥이면서도 순수했던 고교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하지만 단순 발랄한 코믹연기로만 승부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너무 가벼워 날아가는 느낌을 주는 것은 싫어요. 억지로 웃기기보다 진지하게 할 겁니다. 제 또래 여성들이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랄까. 20대 후반 여성의 성장드라마로 봐줬으면 해요.”
공동 연출을 맡은 함영훈 PD는 “18세의 아줌마 연기는 잘못하면 역겨울 수 있다”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탤런트를 원했는데 박선영은 섭외 0순위였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